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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678호)

편집부   
입력 : 2016-11-15  | 수정 :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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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은 체(體)요 세간 법은 그림자라

세간이 온통 시끄럽다. 시정잡배나 촌로의 일이 아니라 나라의 대통령이 사고를 쳤다. 사고를 쳐도 제대로 친 것이다. 수많은 국민이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외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대통령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한번 떨어진 권위는 회복할 수가 없다. 떨어진 과일과 같다. 상품가치가 없다. 왜 우리는 이러한 대통령을 뽑았는가? 이게 누구의 책임인가? 

군주시대의 모든 책임은 임금에게 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국왕이 덕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고, 사회가 시끄럽고 범죄가 판을 쳐도 그것은 국왕의 몫이었다. 그러나 민주 자유 시대에는 국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주인이다.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도 하늘이 점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이 선택한다. 그래서 국민이 어리석으면 어리석은 사람이 선택되는 것이고, 국민이 악하면 악인이 선택되는 것이다. 무슨 궤변을 늘어놓느냐고 반문을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에 책임은 국민이 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여해준 권한을 이제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민을 위해 쓰라고 준 권력이 국민을 위해 쓰지 않았으니 돌려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이 준 것이니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불법의 기준에서 한번 바라보자. 일찍이 회당대종사께서 ‘세간 법은 그림자이고 체는 불법’이라 하였다. 체가 곧아야 그림자고 곧고, 체가 굽으면 그림자도 굽게 되는 것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미신을 믿고 어리석음을 보인 것을 보면, 불법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법문으로 보고 참회해야 될 일이 아닌가? 불교의 지도자들이 권력에 욕심을 부리고 일체중생을 위해 정진하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안락과 욕망을 채우는 일에 빠져있으니 국가의 지도자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모든 수행자나 교화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처님의 진실한 법문이 아니겠는가?

종교는 현세를 정화하는 정화기관이다. 종교가 정화의 기능을 잃어버리면 세간은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세상이 혼탁해지고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이 어리석어지는 것은 종교가 종교의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이고, 종교가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은 종교인들이 종교인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끄럽고 어두운 세간의 모습은 종교인들을 꾸짖는 법신의 설법이다. 작금의 국가지도자 모습과 주변의 어두운 모습은 분명 종교인들의 모습이 비춰진 그림자이다. 그림자를 바루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체를 바로 세우면 그림자는 저절로 바로 서게 되어 있다. 법랍의 많고 적음에 기준하지 말고 모든 수행자와 교화자는 참회해야 한다. 그러하면 나라의 지도자와 사회의 지도자들이 반성하고 참회하며 바른 법을 실천할 것이다. 세상을 바로 세우는 것은 불법에 있다. 불법은 체요 세간 법은 그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