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6-11-01  | 수정 : 201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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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여러 시련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까요?

한 스님이 하시는 말씀이, 법당 공사를 하던 중에 지붕의 기와를 올려야 하는 시점이 되니까 이상하게도 어딜 가나 지붕 위에 있는 기와들만 자꾸 눈에 들어오더래요. 또 마루를 깔 때쯤 되니까 이번엔 가는 곳마다 마루만 눈에 들어오더라는 거예요. 어딜 가나 그곳 마루의 결이나 색깔, 단단함 같은 것에만 눈길이 가더라는 거지요. 이처럼 우리는 세상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각자의 마음이 보고 싶어 하는 부분만을 보고 사는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디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요. 시골의 한 농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연이어 태풍 피해를 입은 탓에 애써 재배한 사과의 90% 정도를 팔 수 없게 되자,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졌어요. 다들 팔 수 없는 사과를 가려내며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한 농부만은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머지 10%의 사과에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수험생들에게 10배 높은 가격으로 비싸게 판다는 계획이었지요. 사과는 기대 이상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폭발적인 인기 탓에 오히려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되었답니다. 

피해를 입은 많은 농부들은 떨어진 90%의 사과를 보고 낙담했지만, 지혜로운 농부는 아직 매달려 있는 10%의 사과에 더 큰 희망을 보탠 거예요. 이 사소한 차이가 너무나 다른 결과를 가져 온 것이었지요. 위기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옵니다. 하지만 그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자만이 성공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어요. 똑같은 소금도 배추에 뿌리면 시들해지지만 미역에 뿌리면 팔팔하게 살아나지 않던가요? 삶의 마장(魔障)들을 법문(法門)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언행자들은 진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되잖아요. 
북해에서 잡은 청어가 런던에 도착해서도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청어를 잡아넣은 통 안에 메기를 한 마리씩 집어넣는 거랍니다. 물론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겠지만 그래봐야 두세 마리밖에 못 먹는다고 해요. 그런데 그 통에 있는 수백 마리의 청어들은 먹히지 않으려고 온종일 열심히 헤엄쳐 도망 다닌다는 거지요. 그 바람에 먼 길을 가서 보아도 청어들은 여전히 살아서 싱싱하다는 겁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인생이라는 바다 위에는 잔잔한 파도가 있는가 하면 때론 거센 광풍에 집채만 한 파도도 있고, 또 뜻하지 않던 암초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역경과 고난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저마다 달라요. 파도가 무서워 미리 겁에 질려 죽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파도타기를 즐기며 웃음을 짓는 이도 있잖아요. 고난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 고난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면 더 없이 환희한 법을 성취하게 될 겁니다.

인생의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바닷물이 파도 되고 중생이 곧 불(佛)이라. 탁한 것이 맑아지고 얼음 녹아 물이 된다. 빈(貧)한 데서 부(富)해지고 천(賤)한 데서 귀(貴)해져, 엎어지면 일어서고 낮아져서 오른다. 어두우면 밝아 오고 겨울에서 봄 오며, 풍파 후에 고요하고 소나기 뒤 햇볕 난다. 병에서 곧 건강하고 실패 끝에 성공 와, 나가면 곧 들어오고 심은 후에 거둔다. 슬픔 후에 기쁨 있고 죽은 후에 다시 난다. 마장들 때 공덕 오고 고(苦)가 변해 낙(藥)되네. 낙심 말고 종지 세워 복 주시는 시험에 잠시 곤란 이겨내면 무량한 복 오도다.”(실행론 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