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지혜로운 교사

편집부   
입력 : 2016-09-01  | 수정 : 2016-09-01
+ -

영국 속담에 “지혜는 들음으로써 생기고, 후회는 말함으로써 생긴다.”라고 했다.
이 속담은 어떤 면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남의 말을 잘 경청하는 사람이고, 가장 후회하는 사람은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고, 가장 번뇌하는 사람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해 보다 연일 폭염으로 힘들었던 여름방학 일주일 동안 모 대학교에서 ‘중등 학생 이해 상담역량강화 직무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먼저 느낀 것은 나 자신부터 상담연수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고 거기다가 유난히 더운 여름에 힘든 연수를 받는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편하였다.
그러나 연수를 받으면서 나의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상담기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학교수들과 상담 전문가들의 이론수업과 집단상담 실기수업을 접하면서 지금까지 내 가족들과 학생들에게 보여준 대화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이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아니면 유전적으로 그런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평소에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좋고 나쁨에 대한 대화방식의 선택과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학생과 상담하면서 진정 그 학생의 말에 공감하기 위해 진지한 자세로 그의 말을 경청했는지 아니면 학생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나의 말만 끊임없이 주장해 왔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돌이켜 보건대 가끔 지각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에 지각한 이유를 먼저 묻는다든지 그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상담의 기본은 아랑곳없이 그저 윽박지르고 야단치고 지시와 훈계만 했던 적도 참으로 많았던 것 같다.

최근에 한 명의 학생과 불편한 관계로 인하여 진정한 교사의 길이 무엇인지를 의심케 하여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수업 시간 중에 공공연히 잠을 자기도 하고 비상식적인 언행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상습적인 그 학생에게 교사로서 안타까움에 몇 번의 주의를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성으로 교사의 말을 듣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기에 그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화가 분출하여 수업 중에 큰소리로 야단을 쳤던 적이 있었다.

그런 일을 경험하고 나면 수업에 대한 의욕이 상실하여 자신감도 줄고 교사로서의 자괴감마저 든다.
이런 생각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듯하다. 교사라만 누구라도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최근 교육계에서 수십 년 전 우리가 받았던 도덕, 철학, 윤리와 같은 인성과 도덕심과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주는 그런 교육은 슬그머니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오로지 좋은 대학 진학, 좋은 직장을 구할 목적으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사고가 팽배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상담연수 과정 중에 집단 상담 실습시간이 유달리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연수교사가 학생의 입장이 되어 자신의 별명을 적고 그런 별명을 짓게 된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또한 자신의 장단점을 적어 꺼림 낌 없이 공유하여 문제점을 해결해 가는 등 학교현장에서 느낄 수 없는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성격을 지닌 학생들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여러 가지 대화 방법을 배우면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연수에 몰입하여 강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놓치지 않으려고 성실하게 필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연수에 참여했다.

집단상담 담당 강사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생님, 연수 끝나고 학교로 가시거든 학생과 상담할 경우에 학생의 말에 경청하고 공감하려면 그랬구나 하고 응답해 주고,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에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 라고 인내심을 가지고 잠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강사의 말을 경청하면서 앞으로 학생과 상담할 때 학생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공감을 표현해야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2학기가 개학 되면서 상담연수에서 배운 상담기법을 조금씩 적용해 가고 있다.

‘나 전달법’이 아닌 ‘너 전달법’을 활용하여 학생의 말을 먼저 경청한 후 최대한 차분한 음성으로 차근차근하게 그 학생과 상담하면서 공감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또한, 아직은 부족하지만 지혜로운 교사가 되려고 상담과 심리에 관한 독서에 무더위만큼 빠져있다.

김용태/심인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