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반대말 찾기

편집부   
입력 : 2016-08-18  | 수정 : 2016-08-18
+ -

반성은 돌이켜 살펴본다는 뜻으로 교사들에게도 중요한 용어다. 학교교육이 가르침 중심에서 배움 중심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교육은 반성적 과정이라는 말이 새삼 비중 있게 다가온다. 늘 해오던 방식을 반성해야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말이 쉽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완고함을 문제를 야기한 당시의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 나간 사람이다.”라는 표현으로 지적했다.

이해에서 실천으로 나아가는 데는 용어의 의미를 명료히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여기에는 대비시키기와 반대말 제시하기가 효과적인데, 회색은 흰색을 구별되게 해주고 검정색은 흰색의 본질을 짐작케 해준다. 반성의 대비는 어렵지 않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교육과 달리 훈련에서는 반성보다는 반복이 중요하다. 군대의 훈련은 이미 반성을 거친 내용들로 이루어져 지나친 반성은 목표달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교사훈련은 영어권에서 교사교육과 혼용되는데 주로 가르치는 기술을 숙달시킨다는 의미에서는 교사훈련을, 전반적인 교사자질을 함양한다는 의미에서는 교사교육을 사용한다.

반성의 반대말은 찾기가 어려웠는데, 다행히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기회를 가졌다. 사용한 휴지도 못 넣는 변기(사실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관행임)에 어느 학생이 먹고 남은 라면 국물을 투하하는 것을 보고는 신통해 하면서 아내에게 알려주었다. 그런데 편리함이 지나친 건지 벌써 세 번째 변기를 막고 말았다.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며칠을 그대로 두었다. 뚫는 작업을 하면서 원망이 앞섰으나 그 마음을 접으니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내의 일상은 미루면 안 되는 온갖 집안일들로 가득 차 있다. 늘상 일처리를 하는 패턴이 있다 보니 거름망이 있는 싱크대와 그렇지 않는 변기의 차이에 주의하지 않고 관성에 따라 행동해서, 그 결과로 이런 일이 반복된 것이다! 만약 관성이 문제를 낳으면, 그 처방은 멈춤이다. 그러고 보니 반성의 반대는 관성이 되고, 반성의 방법은 늘 하던 관행을 멈추는 것이 된다. 아내에게는 집안일을 하다가 변기에 투척할 일이 있으면 일단 멈추라고 알려주었다.

반성의 반대말을 찾게 되자 주변의 것들도 이해가 되었다. 일전의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제목도 식상해진 반성이라는 용어를, 멈춘다는 표현으로 그 방법적 원리를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에게 어필하게 된 것 아닐까? ‘판단중지라는 현상학의 가르침도 일단 멈추라는 뜻이다. 늘 하는 분별활동을 멈추는 데에 현상의 본질에 다가가는 문이 있다니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 만든 관성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광고인으로서 최근 주목받는 저술을 펴내고 있는 분이 소개한 일화이다. 최고경영자 모임에서 강연을 요청하여 뽑아준 제목이 개처럼 살자였다고 한다. 호텔입구에 그 제목으로 알림막이 걸리자 난감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강연의 내용은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 한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대변되었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자는 취지였다.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우리의 관성적 시간관을 멈추는 데에는 개의 속성을 들여다보는 방법도 도움이 될 듯하다.

신재영/위덕대 교육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