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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심을까요?

편집부   
입력 : 2016-08-01  | 수정 :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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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모습 방식들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초록빛 가득한 나무 같은 사람이 있고, 향기 나는 꽃 같은 사람이 있고, 함박눈 같은 포근함을 가진 사람도 있고, 함께하고 오랫동안 머무르는 담쟁이넝쿨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자리와 위치에서 자신이 지금 가꾸고 열심히 사는 모습들입니다.

따가운 햇살과 찜통더위가 연이어지고 비가 온 뒤 흙이 있는 곳은 어김없이 잡초들이 한층 자라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여름이 시작되면 화분에는 물도 매일 주어야 하고 마당 곳곳에 틈새로 올라온 풀들도 자주 손질하지만 비 온 뒤의 땅에는 잡초들이 더 많이 보입니다.

어떤 학자는 잡초란 “원하지 않는 곳에 자라는 풀”이라고 했습니다. 초대하지 않았는데 불쑥 찾아온 불청객 같은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입니다. 애써 씨를 뿌리지 않아도 누군가가 정성으로 돌보지 않아도, 신경을 써서 가꾸지 않아도 자기들이 스스로 싹을 틔우며 잘 자라고 있는 풀들입니다. 처음 어린 싹일 때는 뿌리도 미약한 것 같은데 조금만 성장하면 왕성하게 줄기와 잎들이 퍼집니다. 또 땅에 닿는 부분에서 뿌리가 발생하면서 엄청난 번식력을 보이며 끈질긴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잡초입니다.
잡초들은 마당의 바닥과 바닥이음새에도, 돌 틈에서도 잘 자랍니다. 바윗돌로 잡초를 눌러 놓아도 죽지 않고 바위틈을 삐져나오는 강한 생명력과 끈질긴 특성을 지니고 있는 잡초는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많은 식물로 방제(防除)해야 하는 식물이기도 합니다.

마당에 잡초를 뽑으면서 우리의 마음공부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점검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초대하지 않았는데 가꾸지 않았는데도 잡초들이 생기는 것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 곳곳에 번뇌의 씨앗들과 삼독의 잡초들이 마음을 점검하지 않는 사이에 비를 맞고 무성해지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일부러 가꾸지 않는데도 참으로 잘 자라고 그냥 가만히 놔두어도 잡초는 무성해지지만 밭을 가꾸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땀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땅은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하다’, 정직해서 가꾼 만큼 쏟은 만큼 돌려주기에 ‘땅은 땀을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합니다.

땅은 씨를 받아 움을 틔우고 자라게 하여 열매를 맺게 만드는 터전의 역할을 합니다. 빨리 심어서 빨리 먹기 위해 ‘모종’을 심기도 하고, 천천히 파릇파릇한 싹을 내밀며 자랄 ‘씨앗’을 심기도 합니다.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이 나듯이 원하는 열매를 위해서는 반드시 땅에 씨를 뿌려야 하지요. 이것이 인과의 법칙임을 누구나 잘 압니다. 

농사를 짓는 농부는 씨를 뿌리기 전에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땅을 깊숙이 뒤엎고 거름을 섞어 밭을 일구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밭을 갈고 씨 뿌릴 준비를 하는 것처럼 마음 밭도 묵은 마음들은 새롭게 닦고 일구어 점검하여 초심처럼 발심하는 터전을 만든다면 새롭게 매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본성은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쌓인 먼지를 치우고 가린 구름을 지워 내면을 꼼꼼히 살펴 발심한다면 상대의 얼굴을 보듯 자신을 바르게 볼 수 있는 마음자리가 되어있겠지요.

어떠한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먼저 생각으로, 한마음을 먼저 일으켜 모든 인연을 지어갑니다. 인지하고 의식하는 한마음을 일으키는 힘의 움직임이 법계에 퍼지면 인연 있는 마음들이 움직여 인과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원을 세우고 정진하는 한마음이 여법하여 밝은 일이고, 시절인연이 닿았다면 고집하여 억지로 하려하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일은 흐르게 됩니다. 마음을 일으키면 법계에서 이미 알고 인연 따라 움직여지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강렬한 햇빛과 습도로 무더워 폭염이 한창인 대낮에 갑자기 바람이 불면 시원함을 느끼며 좋아합니다. 바람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나뭇가지가 흔들리거나 길을 걷다가 내 머리카락이 흩날릴 때, 땅에 떨어진 낙엽이 이리저리 뒹굴 때,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을 느낍니다.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고 확실히 바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지하지 않고 의식하지 않고 무심코 일으킨 마음작용도 결과가 없는 법은 없습니다. 바람의 존재처럼 스스로가 일으키는 한마음의 작용이 인과법칙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마음이 움직여 한 생각을 일으키는 마음작용은 인연 따라 어떠한 모습으로든 되돌아와 내 앞에 현실에 와 있습니다. 마음만 일으켰다고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니지요. 일으킨 후 망각해버린 것들도 결국은 자동적으로 인과법칙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마음 밭에 무엇이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 생각들이 어떤 것들인지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인연으로 펼쳐집니다.

우리의 마음 밭에는 다양한 종류의 씨앗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심고 가꾸겠습니까?

심정도 전수/명선심인당 교화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