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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불교의 반성적 성찰 -상

편집부   
입력 : 2016-07-18  | 수정 :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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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계(持戒)와 소식(素食)으로 청정성 회복

중국에서 건너온 자항 대사는 대만불교를 위해 힘쓰다 등신불이 되었다.

1946년 일본의 강점기를 벗어난 후 대만불교는 크게 고산파(敲山派)와 일본파(日本派) 그리고 용화파(龍華派) 등 세 가지의 불교전통이 계승되고 있었다. 고산파는 주로 푸젠성 고산(敲山) 용취안사에서 수계를 받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주로 관법과 염불을 중심수행으로 하였다. 이들은 대만의 보수적인 전통불교를 대표하며 식육(食肉)과 대처(帶妻)를 금하는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었다. 일본파는 일본 강점기에 상륙하여 중상류 지식계층에서 환영받았으며, 염불을 주된 수행으로 하였다. 일본이 패망하면서 급속하게 약화되었으며 상당수의 신도가 재교(齋敎)나 용화파 등으로 분산 흡수되었다. 재교(齋敎)의 경우는 출가하지 않으면서도 엄격하게 계율과 채식을 준수하였는데, 이들은 선종에 기원을 두면서 유교와 도교의 교의가 혼합된 것이다. 재교는 청나라 때 사교(邪敎)로 규정되어 금지되자 이들은 대만으로 이동하였다. 일본파들은 출가주의를 택하고 있으나 일본불교의 영향으로 출가승의 식육과 대처를 모두 수용하고 있었다. 용화파는 향촌의 농민들 사이에 퍼져 있었는데, 수선(修仙)으로 재액의 소멸과 수명장수의 신행활동을 하였다. 출가주의를 선택하면서도 결혼은 허용하고 육식은 금하는 계율을 지켰다. 

이와 같은 대만불교의 전통에 변화가 발생한 것은 장개석의 국민당이 대만으로 건너오면서 태허(太虛) 대사(1890∼1947), 동추(東初) 노인(1907∼1977), 자항(慈航) 대사(1895∼1954), 인순(印順) 법사(1906∼2005) 등 중국 대륙의 고승들이 건너오면서부터이다. 태허대사의 인생불교(人生佛敎)의 이념은 인순 법사의 인간불교로 다시 조명되었고, 그러한 인간불교는 불광산사의 성운(星雲) 대사(1922∼)와 자제공덕회의 증엄상인(證嚴上人·1937∼)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태허 대사의 인생불교는 또한 동추 노인을 거쳐서 법고산사의 성엄(聖嚴) 법사(1930∼2009)에게서 인간정토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국민당이 대만으로 넘어올 당시 대륙 출신 승려들의 신분을 보증하려는 목적으로 중국불교회를 성립시켰는데, 중국불교회가 대만불교를 위해 실질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 것은 백성(白聖·1904∼1989) 스님이 7조 규정을 제정하여 전계(傳戒) 활동을 통한 계첩(戒牒)과 수계자격을 규정하면서 부터다. 특히 출가승의 계를 받을 때는 세속의 가족을 떠나야 하고, 세속의 복장을 입을 수 없고, 이교도의 경우는 반드시 개종하도록 하였다. 또한, 거사계를 받는 것만으로는 제자를 받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재교와 일본불교의 영향에서 벗어나 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하였다. 해마다 진행된 엄격한 수계관리로 일본불교의 형태는 점차 중국불교의 형태로 변화하여 갔다. 이와 같이 대륙으로부터 대만으로 건너온 고승들의 대만불교 상황에 맞춘 불교이념의 제시와 수행력 그리고 꾸준한 전계 활동을 통하여, 출가자나 재가자가 모두 지계(持戒)와 소식(素食)에 힘쓴 결과 대만불교는 청정성과 더불어 종교적 지도력의 획득으로 대중의 환영을 받게 되었다.

지계에 있어, 재가중의 경우 대개가 스스로 불교도임을 상당히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다고 한다.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다는 것은, 첫째 경전 및 선 공부를 상당히 보편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기초적인 교리’와 ‘기초적인 계율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무에게나 계를 주지 않으며 수계(受戒)를 하였으면 수계(守戒)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신도들은 기본적인 오계로부터 보살계를 받는 등 여러 등급이 있으며, 집회 등에서 ‘수계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자리나 역할들이 나누어진다.

출가중의 경우 우리와 같이 대승불교이며 선종 위주라는 유사한 배경이지만 현상적으로 우리보다는 훨씬 계를 중시한다. 남녀관계가 비교적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고, 음주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불음주의 경우 출가자들은 상당히 엄격하게 이것을 지키고 있으며, 대만의 상당수의 신도도 불음주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또한, 출가자들은 계율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각적으로 지키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불교에 입문하여 신도가 되거나 출가를 하게 되면 위의(威儀)를 가르치는데 상당한 힘을 기울이는 것 같으며, 실제적으로 대만의 스님들은 일반적으로 위의 방면에 상당히 절도가 있고 신도들도 자유분방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소식(素食)이란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 위주로 식사한다는 것이다. 대만불교계의 소식은 상당히 철저하게 지키고 있으며, 맛과 영향 두 면에서 모두 뛰어나다. 대만에서는 맛있는 소식 혹은 건강을 위한 소식을 위해 절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들의 처음의 목적은 소식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불교에 입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소식을 보급하기 위해 책자들이 발행되고 있는데, ‘호생소식(護生素食)’이라는 4권짜리 책은 소식 요리의 레시피를 모은 것으로 일종의 소식 요리책이다. 이 책의 서문에 소식은 불교도의 수행방식의 일종임을 밝히고, 그것은 자비호생(慈悲護生)의 적극적인 방법임을 천명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연지(蓮池) 대사의 ‘계살방생문(戒殺放生文)’의 일곱 가지를 넣고 있다. 일곱 가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생일날 살생해서는 안된다[生日不宜殺生].
② 자식을 낳은 날 살생해서는 안된다[生子不宜殺生].
③ 조상에 제사 지내기 위해 살생해서는 안된다[祭祖先不宜殺生].
④ 결혼식에 살생해서는 안된다[婚禮不宜殺生].
⑤ 잔치에 살생해서는 안된다[宴客不宜殺生].
⑥ 기도할 적에 살생해서는 안된다[祈神不宜殺生].
⑦ 생계를 위해 살생해서는 안된다[營業不宜殺生].

이와 같은 조목 밑에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달고 있다. 충만한 자비심을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소식이 우리의 자비심을 실제로 발휘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임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글 다음으로 ‘계살방생(戒殺放生)의 실천과 과보’라는 글을 통해, 계로 살생을 금한 의의, 구체적인 내용, 실천, 과보 등과  방생의 실천과 구체적인 내용, 과보 등을 설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소식을 통해 불교의 핵심적인 덕목인 자비와 근본적인 계율인 불살생이 체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대만의 소식은 불교실천의 중요한 핵심이며, 현대문명에 대한 불교의 중요한 명분이며, 대만 불교인들의 표시이며, 타 종교에 대한 일정의 구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대만불교가 흥성하게 된 원인으로 크게 네 가지 점을 들어 설명하였다. 첫째는 대륙에서 들어온 고승들이 대만에 맞게 적절하게 불교 이념을 제시한 것이며, 둘째는 일본불교의 영향을 일소하기 위해 전계(傳戒) 활동을 계속함으로써 대만불교계의 청정성이 회복되고 이와 함께 종교적 지도력이 발생하게 된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계 활동은 지계와 소식이라는 점으로 나타나며, 출가자는 물론 재가자들까지도 함께 부응함으로써 불교인의 자부심을 키워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4대 신흥교단의 사찰운영과 신도조직 또한 대만불교 흥성의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하였는데, 그에 대한 내용은 다음으로 미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