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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가십니까?

편집부   
입력 : 2016-06-16  | 수정 :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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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가는 길, 길은 여러갈래다. 대구에서 늦은 11시에 출발하여 이른 3시 30분경에 오색약수터에 도착하여 일부는 산을 오르고 일부는 버스를 타고 백담사로 향하였다. 봉정암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열 시간에서 열한 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힘든 길이지만 살아생전 꼭 한 번은 봉정암에 가보겠다고 발심한 사람들이 뭉쳤다. 어떤 사람은 저승에 가면 저승사자가 ‘봉정암에 갔다 왔느냐?’고 묻는다며 ‘오늘은 꼭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봉정암 가는 길, 길고 험하다. 짧은 길을 택하면 험하고 험하지 않은 길을 택하면 멀다. 젊은 사람들은 오색약수터에서 대청, 중청, 소청을 거쳐 봉정암에 가는 길을 택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백담사, 영시암을 거쳐 봉정암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백담사를 통해 오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길을 만나면 길을 따라 길 아닌 길을 만나면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온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봉정암에 갔다가 오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봉정암 오르는 사람들 천차만별이다.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오르는 어린아이. 허리가 기역자처럼 굽은 노보살님들, 우리처럼  ‘*** 신도회’라는 명찰을 달고 오르는 사람들, 당일로 온 사람들, 1박 2일로 온 사람들, 아니면 2박 3일로 온 사람들. 영시암까지 오르는 길은 도시의 차도처럼 지체가 심하다. 백담사의 마을버스는 아침에 올라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저녁에 내려오는 사람들로 야단법석이다.

봉정암까지 오르기로 발심을 하고 떠났지만, 백담사까지 가는 길이 폭우로 끊겨 버스 대신 걸어야했다. 3시간이 소요되었다. 도저히 시간에 쫓겨 봉정암까지는 갈 수가 없었다. 그저 오세암을 거쳐 영시암에 들러 백팔배를 하고 물 따라 바람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음 바꿔 먹으니 발걸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고즈넉한 길을 느긋하게 오르는데 앞서가던 젊은이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 ….’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대구에서 왔습니다’ 저만치 앞서간 젊은이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하나 어떠하랴. 그 소리 순간 지나가고 맑은 계곡물의 청량한 조잘거림 계속 귓전을 즐겁게 해주는데.

산에는 절도 많고 암자도 많다. 큰 스님도 많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유명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가을 단풍철이 되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백담사, 오세암, 영세암, 봉정암인가? 무엇을 찾아 그리 바쁘게 오르는가? 이런 생각에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런저런 생각에 머무르자 어느 스님이 하신 말씀이 귓전을 스쳐 지나간다. ‘절, 부처님, 부처님의 법문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머무는 이곳이 절이요,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 부처님이며, 지금 내가 보고 듣는 것이 부처님의 법문입니다’라는 산 내려오면서 내가 나에게 묻는다. 젊은이들이 올라갈 때 나에게 물었던 그 물음,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어디까지 가십니까?’를 화두처럼 품으며, 저의 졸시 ‘선문답 10(부제: 어디까지 가십니까?)’으로 이 글을 닫는다.

산길 따라 터벅걸음으로/ 봉정암 가던 그 날// 뒤따라 오던 젊은 청년들/ 돌아보며 묻는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대구에서 왔는데요// 어디까지 가십니까?/ … …. // 느릿걸음이 한심하다는 듯/ 말 한 마디 부려놓는다// 봉정암까지는 먼 길인데요/ … …. // 먼 길 걷고 걸어/ 산 오르며 묻고 또 묻는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김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