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6-06-01  | 수정 :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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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 게 없는데 뭘 베풀어야 하지요? - (7) 좌시(座施)

돈 안들이고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인 무재칠시(無財七施) 중에 상대가 원하는 자리와 숙소를 배려하는 것을 ‘좌시(座施)’라고 합니다. 좌시에는 남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상좌시(床座施)’와 내 집을 손님의 숙소로 베풀어 하룻밤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사시(房舍施)’가 있어요.

그러나 특히 상좌시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로 일관합니까? 마치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노라(?)’라고 외치기라도 하듯, 냉담하고 각박한 마음으로 자는 척하며 스르르 눈을 감아버리곤 하지요.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지하철을 타면 ‘왜 많은 젊은이가 밤에는 잠을 안 자고 하필 지하철 안에서 잠을 자는 걸까?’ 하며 의아해한답니다. 물론 부족한 잠을 메꾸느라 새우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특이하게도 눈을 감고 자던 그 많은 이들이 정작 내릴 역이 가까워지면 귀신같이 알고 잠을 깨니, 심히 불가사의한 일 아닙니까?

한 젊은 보살님이 임신 15주 된 몸으로 17개월 된 딸을 데리고 남편을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탔대요. 다섯 정류장 정도 거리여서 아이를 업지 않고 팔로 안고 탔답니다. 그런데 버스 안은 자리가 만석이었는데 아무도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더래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그대로 안고 가는데 차가 너무 흔들려서 하는 수 없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앞 좌석 40대 아주머니한테 자리 양보를 부탁했대요.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가 일어나면서 하는 말이, “왜 내가 그 생각을 안 했겠어요. 나도 몸이 너무나 안 좋아서 양보를 못 했지. 요즘 학생들은 자리 양보도 할 줄 모르나!” 하시는데, 낯이 안 좋더랍니다. 그래도 꿋꿋이 고맙다고 인사하고 앉아서 갔다는 거예요.
몇 분쯤 지나 보살님이 내릴 때가 되었는데, 하필 그 아주머니도 내릴 차례였던 모양이에요. 자리 양보 부탁드린 게 마음에 걸려 다시 한 번 양보해주셔서 고맙다고 했더니 그 아주머니 얼굴빛이 정말 서리가 내려앉은 얼굴이더랍니다. 이 보살님도 처음에 남자분한테 부탁할까, 여자분한테 부탁할까 무진장 고민을 하다가 같은 여자라는 생각에 이해해 줄 것 같아서 그랬던 거였는데 결국 민망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었지요.

누가 뭐라기 전에 알아서 척척 양보해주면 얼마나 고맙겠어요? 현대와 같은 고령화 시대에는 이 좌시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윗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은 그 면모가 많이 사라졌어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누구를 막론하고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요. 때문에 온갖 막말과 욕설, 시비와 폭력이 난무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동영상들이 찍히는 곳이 바로 이 대중교통 안이에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좌시를 베풀어야 합니다. 양보함으로써 얻어지는 환희심은 해 보지 않고서는 알 도리가 없거든요.

진각성존 회당 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은혜를 모르고 자신에게 집착하여 이기적인 복업만 구하지 말라. 나보다 남을 위하여 선업을 행해야 이타자리가 된다. 은혜를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은혜를 갚는 사람은 실천하는 사람이다. 남의 은혜를 항상 잊지 아니하는 사람은 마음이 평안하며 항상 수원을 가진 사람은 평안하지 못하다.” (실행론 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