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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당은 행복 아지트

편집부   
입력 : 2016-05-17  | 수정 :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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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에서는 명상을 오래 하면 뇌 구조가 바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 뇌과학원과 서울대학교병원 등이 명상을 3년 이상 한 사람과 일반인의 뇌 전체 피질 두께를 MRI, DTI(Diffusor Tensor Imaging, 확산텐서영상) 장치 등으로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명상 수련을 오래 한 사람은 일반인보다 전두엽과 측두엽 피질 두께가 더 두꺼웠고, 해당 부위 주름이 더 많았습니다. 과학자들은 뇌에 주름이 많고 두꺼우면 기능이 더 좋은 것으로 해석합니다. 전두엽은 특히 사고 기능과 집중력, 감정 조절 등 인지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곳입니다. 뇌가 두꺼워지거나 주름이 많아지는 것은 항노화 효과와 치매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뇌건강 분야에서 동양의 명상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멘탈 헬스’, 즉 정신 건강상태의 가장 핵심 키워드에 바로 ‘명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명상’이 서구를 중심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명상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정신수련법은 스트레스를 탈피하고 삶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명상은 삶의 질 향상을 원하는 중상류층들이 애용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인 명상이 선진국에서 뇌 질환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멘탈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은 것은 눈여겨볼 만한 일입니다.

한편 행복도 전염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2011년에 책으로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활성화 등으로 그 전염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놀라운데, 내가 생각하고 내가 느끼는 내 생각이나 내 감정은 어느 정도로 영향을 주느냐 하면 내 친구의 친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최소한 3단계 네트워크를 통해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한 지역 공동체 사람들의 이 소셜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있고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로 밝혀낸 것은 내 친구가 행복하게 되면 내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약 15% 증가합니다. 내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게 되며 내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약 10% 증가합니다.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게 되면 내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약 6% 증가합니다.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만큼 우리 주변에 누가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내용입니다.

행복하게 삶을 살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사람 옆에 있는 겁니다.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불행하고 우울해지고 싶으면 우울한 사람과 시간을 장시간 보내면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금방 우울해지고 금방 냉소적이 됩니다. 이처럼 우리의 환경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입니다. 누가 옆에 있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근묵자흑(近墨者黑·까만 데 있으면 까맣게 된다)이고 근주자적(近朱者赤·붉은빛에 가까이하면 반드시 붉게 된다)입니다. 같은 이치로 보면 내가 행복하면 내가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전염시켜주는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소위 행복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빚을 지고 살 수도 있고 빚을 갚으면서 베풀면서 살 수도 있는 겁니다. 행복에 대해 법계(法界)의 채무인으로 살 것이지 아니면 법계 채권인으로 살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한편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일터인 직장과 잠자리의 집을 떠난 제3 공간의 확보라고 합니다. 그 제3 공간은 격식이 없으며, 서열이 없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자유스럽고, 그리고 소박하며 때로는 수다스럽기도 하고,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출입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입니다. 다시 말하면 행복을 위해서는 나만의 아지트가 꼭 필요합니다.

우리 진언행자의 행복아지트, 제3 공간은 어디일까요? 바로 심인당이 되어야 하겠지요. 심인당은 진언행자의 수행의 공간이고 명상 장소입니다. 심인당은 서열이나 격식이 없으며 대인관계가 자유롭고, 소박하고, 수다스럽기도 하고, 음식을 나눠 먹고, 출입이 자유로운, 진언행자들이 스스로의 행복을 빚어내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행복을 전염시키는 곳, 행복공장, 행복아지트여야 합니다. “관행자(觀行者)는 심인당을 가까이해 사는 것이 선지식을 친근함에 제일 좋은 것이니라. 심인당을 친근하면 선우(善友) 절로 친근하고 심인당을 멀리하면 외도(外道) 절로 친근한다.”(실행론:5-2-4) “진각종의 신교도 중에 한 사람이 정기불공을 하면 자기에게 이익이 있고 행복함은 물론이요 또한 심인당 교도 전체에게 그 이익과 행복을 십 분의 일, 백 분의 일, 천 분의 일이라도 회향하게 되어 개개인에게 다 이익이 있다.”(실행론 3-4-15)

내가 만나는 사람을 나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면,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 선(善)하고 긍정적인 기운(氣運)을 보유한 사람과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불평불만의 에너지, 냉소적이고 원망하며 부정적인 기운을 가진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될 수 있는 한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가 좋은 기운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염시킬 수 있는 ‘행복 전도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 시작이 바로 ‘멘탈 헬스’의 키워드인 ‘명상’입니다. ‘수행’입니다. ‘불공’입니다.

보성 정사/ 안산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