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6-05-17  | 수정 :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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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 게 없는데 뭘 베풀어야 하지요?-(6) 찰시(察施)

돈 안 들이고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인 무재칠시(無財七施) 중에 상대의 속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주는 것이 ‘찰시(察施)’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남편은 아내가,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길 기대할 뿐, 내가 먼저 헤아리려는 노력은 좀처럼 하지 않지요. 친구 간에도 마찬가지예요. 나에게 이익이 될 때는 심간(心肝)으로 사귀다가도 상황이 변하면 흉검(凶劍)으로 신의를 저버리는 게 사람입니다.

한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는 말이 보험 광고에 등장했는데 상당히 인기를 끌었지요. 실제 보장 내용이 어떤지를 떠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절실한 한 마디였을 겁니다.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야 밑져야 본전이라는 계산을 깔고 하는 일이니, 엄밀히 말하면 소비자에 대한 진정 어린 배려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요. 진정한 배려를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요?

걸음도 채 못 걷는 아기한테 윙크를 가르치면 한쪽 눈만 감는 윙크를 따라 하지 못합니다. 양쪽 눈을 다 감는 윙크가 되어버리죠. 하지만 어른들의 계산된 윙크보다 훨씬 순수해요. 부부가 두 눈을 다 감는 윙크를 하며 순수하고 행복한 사랑을 지속해 간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어차피 한쪽 눈만 감는 윙크로 하는 사랑이라면 뜬 눈으로는 상대의 좋은 점을 보고, 감은 눈으로는 상대의 안 좋은 점을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점만 보려는 ‘칭찬’과 안 좋은 점을 못 본 척해주는 ‘용서’는 모두를 행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니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피곤함에 찌들어 있는 누군가의 표정을 밝은 미소로 바꾸었다면 그건 바로 웃음과 칭찬 때문일 거예요.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면 또 웃을 일이 생기거든요. 칭찬도 마찬가집니다. 굳이 칭찬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꾸 칭찬하다 보면 또 칭찬할 일이 생기고 그 속에서 행복이 샘솟는 거예요. 또 용서란 무엇입니까? 내 입장을 잠시 비워두고 상대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는 일이 용서예요. 일일이 묻지 않고 무작정 덮어주는 일이 또한 용서입니다. 잠든 아이 몸에 살포시 이불을 덮어주는 부모 마음이 그렇듯, 모든 용서에는 상대에 대한 진정한 배려와 걱정이 숨어 있는 법이지요.

우리는 과연 얼마나 칭찬하며 살고 있습니까? 또 얼마나 서로를 용서하며 살고 있습니까? 부부를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아내는 남편이 그린 그림이고, 남편은 아내가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로가 정성을 다해 잘 그려줘야 좋은 그림이 되고, 또 살아있는 그림이 되는 거겠지요. 이왕이면 단조로운 수묵화보다는 여러 색감을 넣어 다채로운 수채화를 그려주면 좋겠습니다. 한 번이라도 따스하게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해 주었는지, 또 행여나 아이들 치다꺼리에, 직장생활에 지쳐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줄 대화의 시간을 가져본 적 없었던 게 아닌지 돌아보는 마음으로 명상해봅시다.

“고(苦)가 있어도 그것을 능히 이겨 나가는 것이 수행이다. 번뇌로 덮인 심로(心路)를 뚫고 탁하고 삿됨을 벗어나 보다 참되고 선하고 꾸준하게 정진해 나가야 한다. 물 붓는 것만 생각하기보다 그릇 키우기를 힘써야 한다. 둥글게 쓰는 것은 크며 모나게 쓰는 것은 작다.” (실행론 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