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6-05-02  | 수정 :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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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 게 없는데 뭘 베풀어야 하지요? - (5) 신시(身施)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좀처럼 생각지 않고 언제나 없는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비극을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돈이 있어야 상대에게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돈 안 들이고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인 무재칠시(無財七施)가 있거든요. 그중에 몸으로 베풀 수 있는 것은 모두 ‘신시(身施)’입니다.

가령 산책을 하다가 길가에 떨어진 휴지 하나를 줍는 것도 신시요, 불편한 노인들을 도와준다든가, 궂은일을 도맡아 하거나, 남의 무거운 짐을 잘 들어 준다거나, 예의 바른 태도로 친절하게 타인을 응대한다거나, 배우자를 배려하여 내가 먼저 이부자리를 펴는 것도 신시인 거예요. 이와 같이 주위 사람의 일을 도와주면서 항상 상대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거라면 이는 모두 손과 발을 가지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신시에 속합니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집안일로 다투는 일이 많아졌어요. 아시다시피 밀교의 만다라 정신은 ‘상호 공양’과 ‘상호 예배’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는 서로 공양·공경하는 공덕을 쌓음으로써 본래의 면목을 찾을 수 있다는 거예요. 부부 사이에 이러한 만다라 정신을 실천한다면 그 이상의 신시가 없을 테지만, 실상은 어떻습니까? 퇴근하고 집에 오면 양말을 뒤집어 벗어 던진 채 텔레비전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는 간 큰(?) 남편이 여전히 있다더군요. 예전에야 남자가 집안일을 하면 가장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바야흐로 아내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집안 일을 하는 남편보다, 자기일로 생각하고 당연한 양하는 남편이 더 사랑받는 시대라나요? 엄마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바뀌어야 해요.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님의 일을 도울 수 있는 신시를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요? 틀림없이 ‘부모님이 나를 위해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계시구나.’ 하고 깨닫게 될 거예요.

할리우드의 오드리 헵번이 지금도 아름다운 미녀 여배우로 기억되고 있는 건 다만 그녀의 외모 때문만이 아닙니다.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구호활동을 하며 고통받는 아이들을 돌보았던 그녀의 나눔과 봉사의 삶 때문이지요. 경제가 어려워진 요즈음, 소위 ‘있는’ 사람들의 기부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자신보다 어렵고 힘든 이들을 돕기 위해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거나 재능 기부를 하는 덕에 조금이나마 훈훈한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몸으로 베풀 수 있는 보시와 그 공덕에 대한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 봅니다. 
“재물이 없다 한들 몸조차 없겠는가. 이 몸이 세상에 태어나서 도(道) 닦음이 으뜸인데 도를 닦는 제일 근본이 보시이다. 믿음의 옳은 공덕과를 얻기 위해 보시행을 넓게 알고 깊이 실천하여 그 공덕을 증득하라. 외로운 분 위로하고 병든 이 구원하고 헐벗은 자 옷을 주고, 배고픈 자 음식 주고, 약한 자 도와주며, 초상난 데 문상하여 스스로 자비의 심적 도량을 키워야 한다. 부귀의 과가 이로부터 온다.”(실행론 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