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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늑대가 없다

편집부   
입력 : 2016-04-18  | 수정 :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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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옷 속에 살포시 감추었던 꽃망울이 찰나에 한 그루 나무에서 피었습니다.
향긋한 꽃향기는 어김없이 오랫동안 그러하였듯이 우리의 코를 자극하고 눈을 즐겁게 합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봄비를 만난 나무는 순식간에 짙은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주어진 만족에서 아름답게 정화하는 자연현상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도 저렇게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여 비록 보잘 것 없지만, 꾸밈없이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는데 과연 나는 자연처럼 저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진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자신을 만족할 줄 모르고 사물에만 더욱 집착하는 탐착(貪着)입니다.
자연의 이치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도 가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더욱더 큰 문제는 많이 아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시훈 시인은 ‘늑대 잡는 법’ 시(詩)에서 에스키모인들의 늑대 잡는 법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피 묻은 칼날 위에 얼음을 얼려 세워둔다. 피 냄새를 맡은 늑대들이 얼음을 핥아낸다. 이내 날카로운 칼날이 드러나지만 이미 감각이 둔해진 혀는 핥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칼날에 선 자신의 피가 흐르고, 피의 향에 길들은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피인 줄도 모르고 끝장을 볼 때까지 핥다가 너덜너덜 찢어진 혀를 빼어 문 채 눈밭을 붉게 물들이며 늑대는 죽어간다.

아름다운 사과의 속살에 박힌 독, 달콤한 사탕 안에 녹아있는 치명적인 독, 죄짓는 일은 언제나 감미로워 목숨을 걸 만큼이다.- 내 안에 늑대가 있다. 

은유적인 시어가 돋보이는 이 시에서 “내 안에 늑대가 있다”는 특히 주목할 만한 표현입니다. 우리도 늑대처럼 부질없는 욕심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합니다. 과학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은 갈수록 편리성만 추구하고 기계에만 의존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과연 원래 인간 본성의 깨끗한 마음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명확하게 알 수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반드시 성취하고자 하는 그야말로 소박하고 순수한 욕심인 꿈을 그려나갑니다.
비록 몸과 마음은 힘들어도 흐르는 눈물을 삼키면서 맑은 하늘 한번 쳐다보고 반짝이는 별을 헤이면서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웃으면서 판도라 상자의 마지막 남겨진 행복이라는 희망을 남몰래 가슴에 품고 가정이든 직장이든 사회이든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갑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물질과 권력에 너무 욕심을 내는 바람에 마음의 괴로움에 벗어나지 못한 채 혼자서 번뇌의 늪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물질과 권력에만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마음의 고통은 더욱 심해져 상대방을 대할 때 몸이 정직하게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짜증 내고 화내고 소리를 지르는 원래의 내가 아닌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서 여실히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탐진치로 말미암아 몸에서도 병의 기운이 감돌게 됩니다.
욕심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판단될 때 과감하게 욕심을 멈출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롭고 하심을 실천하는 선지식인이 아니겠습니까.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는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소설에서 주인공 파홈이라는 소작농을 통해 우리에게 지나친 욕심에 대한 깨달음을 일깨워 줍니다.

파홈은 열심히 일해 얻은 자신의 땅에 만족하지 못하여 땅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어떤 마을에 가면 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솔깃한 이야기에 빠집니다. 1천 루블을 지불하면 하루 종일 자신이 걸은 만큼의 땅을 준다는 마을의 땅을 파는 방식을 따라 하다가 너무 무리하다가 결국 그는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맙니다. 그에게 차지한 땅은 넓은 땅이 아니라 반 평 남짓 되는 자신의 무덤뿐이었습니다.

중국의 공자는 오죽하면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가 지나친 것은 오히려 모자란 것만 못하다.”라고 중용을 강조했겠습니까. 심지어 우리나라 속담에도 탐착을 경계하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가 있습니다.
“욕심의 반대는 무욕이 아닌 잠시 내게 머무름에 대한 만족입니다.”라는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지금의 자연처럼 우리도 끊임없이 마음을 정화시켜 오늘 나에게 잠시 머무르는 만족을 위로로 삼아 “내 안에 늑대가 있다.” 대신에 “내 안에 늑대가 없다”라고 말할 때 비로소 탐착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김용태/심인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