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6-04-18  | 수정 : 2016-04-18
+ -

베풀 게 없는데 뭘 베풀어야 하지요? (4) 심시(心施)

돈 안 들이고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인 무재칠시(無財七施) 중에,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 존재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넉넉한 마음으로 베푸는 일이 바로 ‘심시(心施)’입니다. 배려할 줄 알고 베풀 줄 아는 것은 동물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만의 특징이지요. 많이 갖고도 배려하거나 베풀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적게 갖고도 베풀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현대인은 너무나도 바쁘게 삽니다. 얼마나 바쁘면 직장인이 자주 하는 거짓말 1위가 “언제 밥 한번 먹자”라나요? 밥 한번 같이 먹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거짓말까지 되어버렸을까요? 그러고 보면 고요한 마음으로 하늘 한 번 올려다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입니다. 그렇게들 마음의 여유를 잃어서인지, 요즘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온 신경을 거기에 쏟고 있는 모습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똑같습니다. 어쩌면 타인과의 소통을 의식적으로 거부한 채 영혼이 갇힌 갑각류로 퇴화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습니다. 물질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남에게 마음을 베푸는 데 인색해진 건 아닐까요?

군대에서 어떤 이등병이 한참 삽질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헬기 소리가 ‘둥둥’ 나더랍니다. 땀을 훔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한여름이라 햇볕이 너무 눈이 부시더래요. 그래서 오른손으로 빛을 가리고는 멀어져 가는 헬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지요. 알고 보니 그 헬기 안에는 사단장님이 타고 있었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 사병이 일하다 말고 자기한테 경례를 하는데, 꼿꼿이 서서 부동자세로 오랫동안 지극하게 하거든요? 순간, 존경심을 담아서 경례를 제대로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래요. 감동 받은 사단장은 그 자리에서 부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 이등병에게 5박 6일간의 휴가를 주라고 지시를 내렸답니다. 결국, 눈이 부셔 손으로 눈앞 한 번 가린 인연으로 이등병임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잘 다녀왔다는 미담(?)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요? 평소에 심시를 잘 베풀어 복이 많은 사람에게는 이렇게 오해받을 상황을 이해받는 상황으로 전화위복시키는 힘이 있어요. 반대로, 마음 문을 닫고 사는 박복한 사람에게는 오로지 머피의 법칙만 있을 뿐이지요. 밤을 새워서 시험공부를 해도 막상 문제는 공부한 부분을 다 비켜 나가서 출제가 되고, 평소에는 야근도 없었는데 꼭 데이트 날 정해서 영화 보기로 하면 야근에 걸리고……. 이런 사람들은 개똥을 약에 쓰려 해도 막상 구하려 하면 없어요. 구해도 구해지지 않는 고통, 즉 구부득고(求不得苦)가 늘 인연이 되는 거예요.

어쨌거나 불교의 인과법으로 보자면, 이등병이 휴가를 가게 된 것도 한순간의 거수경례 제스처에 모든 원인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모르긴 해도, 먼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던 인연을 꾸준히 지어 놓지 않았을까요? 마음이 안 가더라도 상대를 배려하고 경청하며 장단을 맞춰주는 행동은 타인에게 천군만마가 됩니다. 이렇게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마음을 베푸는 일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여유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수행이기도 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