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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퓨전 난타 창작극 150일간의 기록

편집부   
입력 : 2016-04-18  | 수정 :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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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연한 진각누리단 정기공연 퓨전 난타 창작극 ‘흥부네 대박 났다 전해라’는 어찌 보면 종단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문화 예술 공연이였을 것이다.

우리 종단으로써는 올해 창종 70주년과 맞물려 더욱 의미가 깊고 뜻이 깊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이 공연을 통해 유·청·장·노년이 함께 세대를 아우르는 화합과 통섭 그리고 소통의 무한한 가능성을 활짝 열어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 일렬의 과정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그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부산교구 산하 여러 심인당이 함께 모여 가장 어린 자성동이부터 청·학생회와 팔순에 가까워 오는 실버 노보살님들까지 정말 한마음 한뜻이 되어 화합하고 배려하고 감사가 넘치는 가슴 벅찬 추억들로 가득한 시간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문득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소설은 굉장히 긴 소설인데 그중 가장 유명한 대목이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녹여 먹는 내용이 있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어느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날씨도 을씨년스러운데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게 된다. 추위에 떨고 있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따스한 홍차 한 잔을 타주게 된다. 그런데 그 홍차는 옛날에 마들렌 과자를 녹여서 먹던 바로 그 홍차였던 것. 그 주인공은 홍차를 마시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고, 가슴 벅차오르는 불가사의한 이 기쁨과 이 행복의 정체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행복감의 정체를 아무리 기억해 내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가 않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아주 우연한 순간에 기억이 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주 어렸을 적 살았던 콩브레 마을에 레오니 고모가 종종 만들어 주었던 그 과자가 바로 마들렌 과자와 홍차였음을 떠올리게 된다. 이젠 시간이 많이 흘러 고향 마을도 떠나오고, 옛날에 계시던 고모님도 돌아가셔서 안 계시고, 모든 것이 다 변하고 바뀌어 잊혀져 갔지만, 어렸을 적 만났던 고향 마을 사람들과 그때의 분위기와 그 행복감을 홍차를 맛보는 순간 잊혔던 모든 기억들이 다시 되살아나게 된다. 잊혔던 모든 이 엄청난 기억들이 홍차를 마시는 그 순간 10여 년 전의 시간이 흘렀어도 그대로 아니, 삶의 전부가 고스란히 간직되고 저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불교에서는 후각에도 의식이 있고, 피부에도 생각이 있어서 6개의 의식(안, 이, 비, 설, 신, 의)과 2개의 무의식(제7식-말라식, 제8식-아뢰야식)이 있다고 한다. 특히 제8식인 아뢰야식은 함장식으로 내가 일생동안 행했던 모든 것들 즉,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모든 것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의식)과 몸속에 쌓여 기록되고 저장된다고 한다. 그럼 부산교구 산하 진각누리단의 퓨전 난타 창작극 ‘흥부네 대박 났다 전해라’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며, 그들이 찾은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혹 잃어버린 시간은 아니었을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우리 내면에 깊숙이 감춰지고 숨겨져 있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재능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한 발 더 내디뎌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 내 속의 신명과 내 속의 무한한 나를 찾아서 만나고 보물을 찾아가듯 아주 행복하게, 때로는 아주 즐겁고, 평화롭게, 그렇게 잊혀진 동심과 정서와 감수성을 다시 회복하고 일깨우는,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들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의 지능을 대신할 수 있는 사이보그 시대가 온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어쩌면 그것은 다시 감수성을 회복하는 일, 마음을 닦는 일, 그리고 우리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신명과 신바람을 어찌 로봇 사피엔스가 대신할 수 있겠는가? 신명과 다시 감수성을 되찾는 일, 그것은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지는 최고의 영역이자 경계이지 않겠는가? 그럼 이쯤에서 알파고에 묻고 싶다. “알파고야! 난타창작극 ‘흥부네 대박 났다 전해라’  하던데, 넌 그 의미와 신명을 제대로 전할 수 있겠니?”라고…. 그리고 오규원 시인의 시처럼 “근사한 풀밭에는 잡초가 자란다”는 것 또한….

수진주 전수/정정심인당 교화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