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알기쉬운 교리문답 24

편집부   
입력 : 2016-04-01  | 수정 :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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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 게 없는데 뭘 베풀어야 하지요? - (3) 언시(言施)

돈 안 들이고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인 무재칠시(無財七施) 가운데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언시(言施)’입니다. 한 회사의 대리가 가을철 별미인 도루묵을 직장 동료들에게 나눠주었답니다. 그런데 도루묵 상자가 열리자마자 한 직장 동료가 인상을 찡그리며 “어휴, 비린내가 장난이 아니네. 도루묵 좀 빨리 치우지”라고 말해서 분위기를 싸늘하게 했대요. 이왕이면 그 상황에서 “임금님도 맛있게 먹었다던 도루묵이네요.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라고 하는 언시(言施)를 베풀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부정적이고 과거에 대해서만 말하는 사람보다, 긍정적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좋습니다. 우리 주변에 “싫어”, “안 해”, “재미없어”를 입에 달고 사는 분들이 있지요? 자꾸 습이 되면 정말 인생이 싫어지고 재미없어진다는 걸 알아야 해요. 내가 말로 인(因)을 지은 대로 살게 되는 겁니다. 부정적으로 사는 사람은 상대와 대화를 할 때 티가 나게 돼 있어요. 어떤 보살님이 새 신발을 사서 시누한테 자랑 좀 한다고 “형님, 이 신발 어때요?”하고 물었더니, 시누가 뾰로통해서 한다는 말이 “난 또 할머니 신발인 줄 알았는데 올케 신발이었어?” 그러더래요. 좋으면 좋다 말하면 되고, 아닌 것 같으면 대충 둘러대도 되는데, 꼭 이렇게 비비 꼬아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상견례 자리에서 양가 부모가 만나고 나면, 이왕이면 빈말이라도 “어머님이 고우시더라.”라고 말할 수 있는데, “연세에 비해 늙어 보이시더라.” 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분도 있어요. 꼭 비수에 꽂히는 말을 일부러 앞뒤 생각 없이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부부끼리도 그래요. 부인이 오랜만에 미장원 가서 머리를 했으면, 말이라도 “잘 어울린다.” 이 한 마디에 좋은 기분으로 넘어갈 텐데, 꼭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면서 비아냥거리는 남편들 있지요? 장난으로 그럴 수 있지만, 진심으로 무시할 때도 있거든요. 가까운 부부 사이일수록 말 한마디 잘하고 못 하는 데 따라서 저녁 식사가 구걸이 될 수도 있고, 공양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적절한 순간의 진실한 말 몇 마디가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릅니다.

종종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열변을 토하는 분들 계시죠? 말만 들어보면 세상을 바꿀만한 대단한 능력이라도 가진 듯합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대부분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손바닥만 한 말재주, 글재주를 믿고 인터넷상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마치 자신의 말과 글재주로 나라를 엎을 기세입니다. 재주 많은 이는 흔해도 덕 있는 이는 드문 법이지요. 간혹 덕이 묻어난 글을 접하게 되면 마치 사막 한복판에서 물을 만난 듯합니다. 굳이 거창한 말로 하지 않아도 단지 자비로움이 묻어나는 한마디 말로 인해 세상이 바뀐다는 걸 알아야 해요. 한 사람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생기고, 사람이 바뀌고, 역사가 바뀝니다.

이렇듯 입은 화와 복이 동시에 넘나드는 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문을 어떻게 다스리며 살아야 할지,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말이 넘치는 것도 병이고 말해야 할 때 말 안 하는 것도 병이다. 망어가 나쁜 줄만 알고 재앙의 근원이 되는 줄은 모른다.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필요한 한마디 말을 해야 한다. 좋은 것이라도 많이 이야기하면 싫어하기 마련이다.”(실행론 4-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