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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의 정토

편집부   
입력 : 2016-04-01  | 수정 :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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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갑질 논란이 또 한 번 우리 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작년 한 해 40명 이상의 수행 기사가 교체되었고, 상습 폭언·폭행 증언과 함께 혀를 내두게 할 정도의 맞춤형 운전매뉴얼과 수행 가이드 일부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어느 비평가는 “보아라, 헬조선의 실상을”이란 트위터 멘트로 사태를 대변하였다. 비등하는 비난 여론에 당사자는 나름 최선의 언사로 공개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감정을 삭이고 찬찬히 사진 속 운전매뉴얼을 읽어보면 레이싱에 참가할 정도의 마니아답게 높은 수준의 운전 팁을 담았음을 알 수 있다. ‘물이 넘칠 정도로 가득 담긴 컵에서 단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의 정숙함을 요구하였다 하니 그 경지는 지극함 그 자체이다. ‘급회전 시 핸들을 감는 속도와 원위치로 오는 속도가 동일하게’ ‘곡선구간 주행 시 아웃-인-아웃 개념을 명확히 인지하여 최대한 직선구간처럼 주행’ 등 배울 것이 많아 매뉴얼 전체를 구해서 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러기는 어려우니 이를 기회로 그에게는 기본수준이 되겠지만, 그동안 필자에게 요긴했던 안전운전 팁이나 10가지 정도 되새겨 볼까 한다.

1.야간 추월 시, 상대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실내 백미러에 보일 때 차선 복귀를 하라.  2.정차한 버스 옆을 지나쳐야 할 때에는 멀리서 바퀴 밑을 보라. 차 앞을 횡단하는 보행자의 발이 보이게 된다. 3.가속기로 속도를 조절하라. 예측운전과 부드러운 주행, 경제적 운전이 가능하다. 연비 운전 대회에서 1등 한 사람도 이 팁을 소개하였다. 4.가벼운 요철 통과 시 가속기에서 발을 때라. 부드럽게 지나간다. 5.앞차의 앞을 보고, 중앙선 너머의 상황도 보라. 6.100m 전방을 보고, 자신의 몸이 차선 가운데를 썰고 지나가듯 하라. 차체 포지션이 안정된다. 7.사이드미러를 자신의 차체가 보이지 않을 만큼 젖혀라. 사각지대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8.화물차 사이에 위치하지 말고 화물차와 병행하지도 마라. 덩치만큼 변수도 많다. 9.날씨 때문에 와이퍼를 켤 때면 헤드라이트도 켜라. 10.경음기를 울릴만한 상황에서 그 권리(?)를 ‘포기’하라. 그 충동을 놓아버리면 신선한 에너지를 심신에 채울 수 있다.

안타까운 사고 사례 하나가 1번과 8번 팁에 해당하였다. 2014년 어느 겨울날 어스름에 남해고속도로에서 17톤 화물차가 승용차 앞에서 급감속하는 바람에 3중 추돌 사고가 났고 승용차가 두 트럭 사이에 끼여 50대 초반의 여성 운전자가 사망하였다. 화물차의 급감속 보복운전은 앞서 승용차가 추월 후 너무 빨리 차선에 복귀하면서 유발되었다.

갑질 논란의 재벌 3세를 직원으로서 겪어 본 사람들은 올 것이 왔다고 했다 한다. 그는 지금 예토(穢土)의 한복판에서 만인의 질타를 받고 있고 모든 것이 무너진 심정이리라. 하지만 반전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가 수행기사들에게 요구했던 지극한 운전자세를 그들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참회의 심정으로 그대로 되돌려준다면 그곳이 곧 ‘보살의 정토(淨土)’가 아닐까 한다. 이는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이나 다른 현자들의 황금률과도 일치한다. 단, 사이드미러를 접고 하는 운전은 본인은 원해도 다른 사람들이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장자의 다른 가르침 “남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말라.”에 따라 제외해야 할 것이다.

신재영/위덕대 교육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