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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미운사람 확실히 복수하기

편집부   
입력 : 2016-02-16  | 수정 :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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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닦을 때는 왜 구두 밑창은 닦지 않을까? 구두에서 가장 빨리 더러워지고 때가 타기 쉬운 곳은 바로 구두 밑창입니다. 그런데 구두를 닦을 때는 누구라도 그곳만 빼놓고 구두를 닦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구두 밑창이 남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애써 닦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이 구두의 밑창을 한 카피라이터는 사람의 마음과 절묘하게 비유를 합니다. 사람에서 가장 쉽게 더러워지고 때가 타기 쉬운 곳이 바로 마음이란 곳인데 우리 사람들은 샤워할 때도 그곳만 빼놓고 샤워를 합니다. 그 이유는 물론 남의 눈에 띄지 않으니 애써 씻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옛말에 “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왜 미운 사람에게 떡을 하나 더 준다고 할까요? ‘미운 놈, 떡 하나 더 먹고 배탈이나 나라’고 하는 저주스런 마음 때문일까요? 현실적으로 본다면 “네가 나를 힘들게 하여 내가 지금 괴로움을 받고 있지만 떡 하나를 더 줄 테니 제발 이제 나를 예쁘게 보고 그만 괴롭혀 달라”는 상대방을 향한 부탁과 구애(求愛)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네가 나를 힘들게 하지만 나는 너를 용서하는 마음을 내고자 한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행이 아닐까요? 한편으로 내 것만 챙기려는 중생심의 욕심보다 남을 우선시하는 배려의 마음이 깔려 있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생기기도 합니다. 보태 준 것도 없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괜한 악업을 쌓아가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속마음을 다스리라는 뜻에서 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주라고 했을 것입니다.

회당 대종사께서는 “미운 사람이 생기면 복을 지어주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왜 미운 사람에게 복을 지어주라는 말씀을 하셨을까요?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으며 무엇을 가르치시기 위한 말씀이셨을까요? ‘수원(讐怨)은 일시라도 두지말라’는 은혜경의 가르침의 실천행입니다.

미운 사람이 생길 때 미워하는 마음을 내고 미워하는 행을 하게 되면 그것은 업(業)이 되어 영원히 인과(因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지만 그 상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福)을 지어주는 행위를 하게 되면 업을 닦는 결과가 되어 그 굴레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헝클어진 실타래를 하나 푸는 것이 됩니다. 현실적으로 단순히 떡 하나 더 주는 행위보다 상대가 복되고 지혜 밝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리적으로 강도해주고 불공해주는 더 적극적인 행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이 보살의 자비심의 발로(發露)이기 때문에 내 마음이 먼저 고쳐지고 넓어져서 자신이 참회를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즉 내 마음이 고쳐지고 그로 말미암아 상대가 고쳐지는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남의 비위(脾胃)를 가장 잘 맞춘 사람은 부처님이라고 합니다. 남의 비위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이익에 따라 손을 비비는 아부꾼이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비위를 맞추는 것은 마음에 거슬리는 것이 없고 그래서 속이 상하는 일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는 진정으로 겸손해져야 한다는 충고이기도 합니다. 용서와 배려의 마음이고 이타적인 마음입니다. 내가 잘 났다는 상(相)을 버리는 것입니다.

이처럼 ‘남의 비위를 맞춘다’는 속뜻은 결국 남을 편하게 하고, 잘해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내 마음속에 어떠한 미움도 없는 것이며 일시라도 수원짐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부처님처럼 그렇게 비위를 잘 맞춰가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이익 됨을 위해서 정치가는 국민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고, 기업은 소비자의 비위를 맞추어야 합니다. 그렇듯이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어머니 아버지에게,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이웃에서도 내가 중심이 되어있는 그 자리에는 나 스스로가 비위가 상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그것은 내가 이익되고 안락하게 되는 길입니다.

현실 생활 속에서 뭇 생명의 비위를 맞추어 상대를 편하게 하고 배려하는 행위는 바로 다시는 내 안에 미워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이며 자기 자신을 비우는 가르침이 되는 것입니다. 설혹 내 안에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면, 수원심이 일시라도 생기면 얼른 확실한 복수심(?)을 내어야 합니다. 미운사람 떡 하나 더 준다는 것은, 미운사람 생기면 복을 지어주는 것은 내 안에 있는 내가 미워하는 사람에게 확실히 복수하는 방법이 됩니다. 그리고 내 마음 안에서 그 사람을 확실히 죽이는 방법이 됩니다. 그래서 내가 편안하고 이익되고 안락하게 살아가는 길입니다. 이것은 미워하는 내 마음부터 죽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거울 보며 세수하듯 샤워하듯, 보인지 않는 마음이지만 내 마음속 때를 자주자주 씻어내야 하겠습니다. 세심청정(洗心淸淨)입니다.

보성 정사/안산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