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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작용

편집부   
입력 : 2016-02-16  | 수정 :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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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호주오픈 테니스대회가 끝났다. 남자부에서는 ‘조코비치 신드롬’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행사였다.

조코비치가 스스로 경기를 그르칠 리는 없기 때문에 상대 선수는 일생일대의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네티즌 표현으로는 ‘접신’을 하거나 ‘작두’를 타지 않으면, 이기기가 어렵다는 분위기 아래 대회가 끝났다.
2011년 이후 조코비치의 상승세는 놀라울 정도이다. 총 21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10번을 우승했고, 최근 5번 중 4번을 휩쓸면서 온갖 역대 기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조코비치에게 5연패 중인 나달은 올해 초 카타르 도하 경기 후 “완벽한 상대에게 졌다. 이 정도 수준의 상대와 경기하기는 처음이다”라며 인정했다.

2011년 이전의 조코비치는 늘 악전고투하였다. 체력과 감정조절 문제로 가끔 경기 도중 기권을 해야 할 정도였다. 천식과 심한 감기에도 종종 시달렸는데 온갖 노력이 별무소득이었다.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2010년 호주오픈 8강전에서 조코비치가 먼저 2세트를 딴 후 호흡곤란과 위장장애를 겪으며 역전패하는 모습을 같은 크로아티아인 영양전문가가 TV로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는 밀가루 글루텐 알러지임을 직감했고, 그게 원인이었다. 그의 조언에 따른 식이요법 이후, 조코비치는 심신 모두에서 테니스코트의 ‘금강불괴’로 변해갔다.

사연을 알게 된 네티즌들은 “조코비치의 음식에 밀가루를 넣어야 이길 수 있다”고 코멘트하기도 한다. 체질 이상이 그에게 오랜 장애였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그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준 것이다. 이러한 우리 심신의 기능을 보상작용이라고 한다.

신체적인 보상작용을 인상적으로 경험한 일이 있다. 어느 초등학교 특수반을 방문했을 때였다. 한 뇌성마비 아이가 내 팔을 잡았는데 악력이 얼마나 세던지 순간 깜짝 놀랐고, 그 아이의 장애를 다시 보게 되었다. 보상작용은 종종 우리로 하여금 인간의 능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지렛 버메이는 시각장애를 가진 세계적인 생물학자이다. 일반인은 돌인지 화석인지 구분이 어려워도 버메이는 촉감으로 쉽게 구분하며, 청각과 후각을 활용하여 일반 학자들이 생각지도 못한 진화론의 연구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그를 통해 “보되 보지 못하고, 듣되 듣지 못한다.(視而不見 聽而不聞)”는 교훈을 되새겨 보게 된다.

온갖 경이로운 것들로 가득 찬 산을 보고도 사람들이 뭔가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자 헬렌 켈러는 다음과 같은 지혜를 들려주었다.

“내일 장님이 될 것처럼 눈을 사용하십시오…. 내일 귀가 안 들리게 될 사람처럼 새의 지저귐과 음악 연주를 들어보십시오. 내일 촉각이 마비될 사람처럼 만지고 싶은 것들을 만지십시오. 내일 후각과 미각을 잃을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고 음식을 음미해 보십시오.”

헬렌 켈러를 보면 지혜도 마음의 보상작용으로 생기는 듯하다. 먼젓번 칼럼에서 소개한 에크하르트 톨레의 깨달음도 그러한 보상작용의 결과가 아닐까.  

신재영/위덕대 교육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