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6-01-29  | 수정 : 20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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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앎이란 어떤 것인가요?

한 젊은 보살님 말씀이, 언제부턴가 두 살 아들이 엄마는 급할 때만 찾고 옹알이하면 거의 아빠, 아빠만 하더랍니다. 그런데 이걸 보고 친정어머니가 몹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 안 찾고 아빠 찾는 아이들은 잘 안 된다고 하시더래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영 찝찝하고,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나 싶더라는 거예요. 원래 아기들은 받침을 잘 발음하지 못해요. 그래서 계속 엄마만 가르쳤으면 몰라도, 엄마 아빠를 같이 가르치면 아빠를 먼저 배우고 말하게 된답니다. 발음이 편하니까요. 아기가 어떤 말을 하든, 말하는 자체가 기쁨이잖아요. 분별심으로 바라보면 멀쩡한 아이를 이상하게 만들어 버리는 거예요.

비약인지는 몰라도, 인류의 역사에는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든 일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서 전쟁의 규모는 훨씬 커졌고, 그로 인해 나병, 천연두,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쉽게 창궐했어요. 특히 1340년대 후반, 유럽은 흑사병으로 당시 인구의 1/3에 달하는 약 25백만 명이 희생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재앙이었지요. 주민의 90%를 잃은 작은 도시도 있었고, 피렌체나 독일의 함부르크에서는 시민 전체의 2/3가 목숨을 잃었으며, 영국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어요.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페스트균은 숙주인 쥐에 기생하는 벼룩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됩니다. 그러나 당시의 의학과 과학으로서는 이 병이 왜 생기는 건지 몰랐던 거예요. 사람들은 죄 없는 나병 환자, 거지, 유대인, 외국인 등에게 올가미를 씌워 집단 폭력을 가하거나, 학살까지 자행하고 말았습니다. 이와 같은 어리석은 폭력을 우리는 마녀사냥이라고 부르지요. 요즘은 유사한 의미에서 어떤 집단이나 개인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행위를 뜻하기도 합니다. 사물이나 현상을 여실히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는 이처럼 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뜨려 파멸로 몰고 갑니다.

진정한 앎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아테네 사람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했던 소크라테스의 일화는 매우 유명하지요. 한 제자가 그에게 스승이시여, 당신은 사람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당신은 당신 자신을 아십니까?” 하고 물었어요.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아니, 나도 나 자신을 알지 못한다네. 그러나 나는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네.”

지식정보화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보다 많은 지식의 습득을 공공연하게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아는 것보다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많이 아는 것보다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한 법이지요. 현대를 사는 많은 이들은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없는 것을 없다고 수긍하지 못하며, 약점을 기꺼이 내보이는 용기마저 잃었습니다. 용기는 배꼽과도 같아서 사실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잘 드러내려 하지 않지요.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부터가 세상을 진실 되게 살아가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무지한 사람이 자기의 잘못을 모르면서 지혜 있는 척하면 가장 미련한 사람이고 자기의 무지를 알고서 스스로 지혜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지자(智者)이다. 지혜 있는 자는 자비가 많으니 자비가 곧 지혜요, 지혜가 곧 자비이다.” (실행론 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