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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편집부   
입력 : 2016-01-11  | 수정 :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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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빙판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간절하게 기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늘을 날고 싶다고, 하늘을 날게 해 달라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지금도 가끔 하늘을 납니다. 물론 꿈속에서요. 육신이 붕 떠올라 이런저런 시공간을 유영하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짜릿합니다. 초능력자가 된 것처럼 우쭐거리면서 아직 지상에서 발을 떼지 못한 채로 아등바등 살고 있는 인간 군상들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또 어떻고요? 그렇지만 꿈은 곧 깨기 마련이고 저는 수직 낙하해서 현실로 돌아오곤 하지요. 그리고는 며칠 동안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꾸만 하늘을 향해 헛발을 내딛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하늘을 날 수 있는 초능력이 제 안에 살아 있다고 믿고 싶은 게지요. 허 참, 난감한 일입니다. 아기도 아니고 나이가 사십 대 중반을 넘은 사람이 ‘초능력자’를 꿈꾸다니요. 미쳐도 단단히 미쳤습니다. 그러나 무엇 하나 “이거다!”하는 뻥 뚫린 시원한 ‘길’은 보이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말들과 거짓되고 왜곡된 액션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면서 이 정도는 양호한 거지, 싶기도 합니다. 
 
지금은 2015년! 연말이고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부글거리며 터져 나오는 구정물 속에서 우리 모두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도 밥은 안 굶잖니?” 하면서 가만히 자리에 눕다가도 어쩔 수 없이 울컥, 솟구치는 무언가가 있는, 참 답답한 오늘입니다. 부처님이 지닌 신통력을 육신통이라고 한다지요? 신족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천안통, 누진통까지! 이런 어마어마한 신통력을 갖고 계신, 초능력자 부처님은 다 어디에 계신가요? 중생이 곧 부처가 아니던가요?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 중생은 그중 단 한 가지의 초능력도 발현시키지 못하고 이렇게 안 보이고 안 들리는 어두운 세계에 갇혀 있는 걸까요? 부처님이 가진 초능력 중에서 단 한 가지만이라도 발현시킬 수 있다면 어디 시원하게 뚫린 ‘길’만 보이겠습니까? 그 길 위에서 새로운 꿈도 한 번 시원하게 꾸어 볼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제 탓입니다. 부덕한 제 탓이고 수행이 부족한 제 탓입니다. 두고두고 회자될 이야기들, 정리되지 않고 찜찜하고 개운하지 않게 마무리된 이야기들이 그새 곰팡이가 번식해 가는 것을 그저 가만히 바라봅니다. 2015년이 갑니다. 아쉬워 투덜거리기만 하다가 그냥 이렇게 보내고야 맙니다. 그리나 기도합니다. 새로운 2016년에는 공덕을 쌓고 수행에 정진한 초능력자들이 온다고, 부처님 세상이 온다고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이연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