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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체법의 이해Ⅱ-연기적 관점

편집부   
입력 : 2016-01-11  | 수정 :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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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존은 수행을 통하여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연기를 깨달았다고 하였습니다. ‘잡아함경’에서 이 연기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 이것이 생하면 저것이 생하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도 멸한다.”

이 연기의 설명에서 존재의 발생과 소멸의 관계를 원인과 결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존재는 그것을 생성하고 멸하는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 생멸이 나타나고 상호관계에 따라 생하기도 하고 멸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무런 원인이나 조건 없이 우연히 저절로 독립해서 생하여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반대로, 존재하는 것 역시 그것을 성립시킨 원인과 조건이 없어질 때 사라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연기법이란 ‘조건에 따라 작용하는 법칙’입니다. 석존의 깨달음은 조건에 따라 나타나는 진리법칙이고 우주의 자연현상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이것과 저것이라는 것은 서로간의 상의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것을 말하고, 우주는 공간적 시간적으로 독립됨이 없이 서로가 인이 되고 연이 되어, 서로를 의지하여 인연생기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연기는 주관과 객관이 조건에 따라 활동하면서 바뀌기도 하고 독자적인 자성이 없이 흘러가는 우주의 원동력인 힘을 의미 합니다. 밀교에서는 이러한 연기적 현상을 법신삼밀이라고 합니다. 법신의 삼밀을 이해하게 되면 연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회당은 이것을 법신불의 활동하는 삼밀이라 하였습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회당은 ‘진각교전’에서 “무릇 육대 체로하여 연기하는 만상들은 그 상에서 당연하게 모든 작용 있으므로 이 작용을 신구의의 삼밀이라 이름이라.” 고 하였습니다. 연기하는 만상들은 그 상에서 당연하게 모든 작용 있으므로 이 작용을 신구의의 삼밀이라고 하였습니다. 법신불의 삼밀활동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인연에 의해서 일어났다가 조건이 소멸하면 없어지는 작용을 말하며, 여기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물이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지나갑니다. 이것을 법신삼밀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구름, 바람, 비 등의 자연현상들도 연기적 작용에 의해 활동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을 법신불의 삼밀작용이라고 합니다. 수행자의 마음도 집착을 버리고 삼밀의 상태를 유지할 때, 법신불과 상응하게 되어 현상과 진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진리를 역행하는 폭군이 출현하는 인이 생하면, 가뭄과 흉년이 계속되고, 역병과 전란에 휘둘리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현상들도 연기적 관계에 의한 현상들이며, ‘대일경’에서는 법신불의 삼밀작용을 하는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즉 이것을 이해할 때 법신불의 삼밀과 ‘잡아함경’에서 설하는 연기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당체법은 신·구·의의 원인에 따라 현상계의 결과가 나타나므로 연기적인 원인을 알게 되면 결과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번뇌 망상이나 집착심은 한쪽으로 마음이 치우쳐 있기 때문에 정견을 하려고 노력하여도, 원인이 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 구, 의가 삼밀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아의 상태에서 자타일여하게 관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당은 ‘오직 삼밀행자 만이 이 법문을 보는 고로 유식무식 차별 없이 각각 자기 환경 따라 좋은 길과 나쁜 길을 능히 분별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오직 청정한 삼밀의 상태에서 법신불의 삼밀과 일치할 때 당체법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당체설법은 법신불이 근기에 맞추어 설함으로 누구나 마음을 삼밀에 머물게 되면 유식무식 차별 없이 근기에 맞게 설한다고 하였습니다. 탐진치에 집착된 마음으로는 바른 관조가 되지 않아서 당체법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일체상을 원리하고 모든 집착을 없앨 때 불의 삼밀과 일치하게 되어서 당체법을 바로 관조할 수 있게 됩니다. 당체법은 신·구·의의 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 현상적인 결과의 법이 작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수행자의 身·口·意의 원인에 따라서 현상계의 결과가 상응하여 나타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체법은 상호 연기적 관계에 의한 법신불의 설법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삼밀수행으로 지혜를 밝혀 법신불의 당체법을 깨달아 밝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현상계를 긍정하게 되면 항상 기쁘고 즐겁운 해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불자여러분! 당체법을 깨쳐서 항상 행복한 불자가 되기를 서원합니다.  

명륜심인당 주교 효명 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