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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김치 잘 담그셨나요?

편집부   
입력 : 2015-12-23  | 수정 : 20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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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섹남 이란 말 들어보셨어요? 요섹남이란 ‘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화려한 손놀림으로 요리 대결을 펼치는 전문 셰프는 물론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서툰 솜씨로 ‘삼시세끼’를 차려내는 남자 연예인도 요섹남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요즘은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장래의 꿈을 물어보면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자신 있게 밝히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장래 요리사를 꿈꾸는 청소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방송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먹방’과 ‘셰프’가 넘치며 어느덧 요리하는 남자가
사회에 대세(大勢)로 자리 잡은 듯한 사회적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한편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직업과 전혀 무관하게 오직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리는 남자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비밀스러운 요리 스토리를 털어놓은 책인『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라는 신간 서적이 얼마 전에 출판되었습니다. 요리와는 전혀 무관한 일을 하면서도 누군가를 위해 ‘집밥’을 차린다는 공통분모를 가진 ‘상남자 5인방’이 의기투합해 출간한 책인데, 이들은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접하는 최상의 선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내용은 책 속의 저자들은 요리를 통해서 자기 주변의 ‘여자’라는 인간들과 즉 아내와 어머니와 장모와 대화가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입니다.

관심과 소통의 정도가 높아지고 자존감 역시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족들 간의 좋은 분위기는 그대로 가정의 환경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아내와의 갈등도 해결되고 방황하는 아들과의 대화도 자연스러워지고 가정에 웃음이 넘치고 행복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요섹남’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합니다. 그런데 남자가 제일 하기 쉬운 요리가 무엇일까요? 예상과는 달리 남자가 하기 쉬운 요리로 1위는 김치가 차지했다고 합니다. 김치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쉽다고 추천합니다. 특히 겉절이는 남자들이 첫 번째 요리로 도전하기 좋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잘 씻은 배추나 상추를 양념에 잘 버무리기만 하면 끝”이라고 말합니다.

한 종편 방송 ‘집밥 백선생’이라는 프로에서 인기 세프 백종원은 배추 겉절이 만드는 법을 공개하였습니다. 배추 겉절이는 40분에서 1시간 정도 배추를 절여야 하는 음식으로 그는 겉절이 만드는 시간을 줄이는 비법으로 “물에 소금을 넣고 물이 끓으면 배추를 넣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살짝 익혀서 물로 절인 것처럼 만들어서 찬물에 잘 헹궈야 한다며 푹 끓이지 말고 배추가 꺾었을 때 부러지지 않을 정도만 삶는 게 포인트” 라고 강조합니다. 백종원은 배추 절이는 법을 설명하며 "어느 정도 절여졌나 보는 법은 배추를 꺾어 보면 안다"고 설명합니다. 배추가 꺾었을 때 안 부러지면 잘 절여진 것입니다. 이어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게 겉절이는 생(배추)으로 한다고 생각하는데 맛있는 겉절이는 배추 절인 걸 무치는 거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 김장김치는 담그셨나요? 이맘때면 집집이 김장김치를 담그느라 분주합니다. 김장은 봄철의 젓갈 담그기에서 초가을의 고추·마늘의 준비, 김장용 채소의 재배 등 준비하는 데에 반년 이상이 걸리는 한 가정의 큰 행사며 겨우살이 준비이기도 합니다. 요즈음에는 겨울철에도 신선한 채소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식생활양식도 많이 변하여 김장이 겨울의 반양식이라는 말이 퇴색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김장김치는 아직까지도 우리 민족의 독특한 음식문화로써 면면히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김장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비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잘 절인 배추입니다. 배추 자체의 품질도 좋아야 하지만 배추를 절이지 않고는 김치 담그는 시도조차 못 합니다. 김장에서 배추 절이는 일은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이렇듯 한여름 뙤약볕에서 농부의 정성으로 잘 자라난 배추는 맛난 김장김치가 되어 우리들의 입속을 즐겁게 하고 사람들을 살찌우는 것을 제일 큰 기쁨으로 여깁니다. 그것이 배추의 맡은 바 소임을 완수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배추가 맛난 김장김치가 되기 위해서는 소금에 잘 절여져야 합니다. 뻣뻣하니 소금에 절여지지 않은 배추는 김장김치의 역할을 못 합니다. 그런데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목표를 이루어 내고 자기 위치에서 맡은바 소명을 완수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도 소금에 잘 절인 배추처럼 부드러워야 합니다. 백종원 셰프의 말처럼, 잘 절여지지 않은 배추는 꺾었을 때 부러져버립니다. 맛있는 겉절이는 잘 절인 배추로 무쳐야 합니다. 너무 뻣뻣해서 부러지는 배추처럼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잘 났다는 생각과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과 좋은 것은 내가 하고 나쁜 것은 상대에게 돌리는 이기심과 시시비비를 따지고 분별하고 이해할 줄 모르는 자기중심의 아집(我執)에 소금을 잔뜩 뿌려 절여야 합니다. 맛깔나게 잘 절인 사람은 배려와 인간적인 여백을 가진 사람이며 가정과 직장과 국가사회를 화합시키고 살찌우는 사람입니다.
“보살님∼, 각자님∼ 모두 올겨울 김장김치 맛나게 잘 담그셨지요? 우리 모두 맛깔난 김장김치 같은 사람이 되어갑시다.”

안산심인당 주교 보성 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