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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독립만세

편집부   
입력 : 2015-11-02  | 수정 :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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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35년간 식민통치를 당하였습니다. 나라 스스로 주인이 되는 자주 정신을 잃어버리고 이웃 나라 손님에게 주인 자리를 내어주고 주객이 전도되어 주인이 주인 노릇을 못하게 됨으로써 고통 속에서 살아온 역사적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는 그 주인 자리를 되찾아오기 위하여 수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아픔의 현실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아픔은 지금까지도 연속 선상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남북 이산가족들이 품고 있는 60여 년 이상의 사무치는 그리움과 눈물의 한과 애절함은 우리 국민 모두의 아픔입니다. 이산가족들의 절규와 피눈물은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속 고통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이 인연연기라고 한다면, 모든 일어난 사실들은 근본원인이 있을진대, 우리의 이러한 작금의 고통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마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올바른 주인 자리를 찾지 못하는 헤맴의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회당 대종사께서도 가르침에서 자주 정신을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주 국가를 확립하는 데는 국민의 자주성이 먼저 세워져야 하며, 자주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영역에서 자력교를 신앙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신교나 인천교는 의뢰만 하고 자주력을 양성하는 공부가 아닌 까닭에, 밝게 깨쳐서 품성을 점점 향상하여 성불함이 없으니 자연 시기 질투와 분열만 조작하게 되므로 어떠한 시대라도 그러한 다신교와 인천교를 주로 세워 갈 때는 국론이 끝내 통일되지 않고 나라가 나누어지며, 분열되는 것은 강력한 자주력이 없는 까닭으로 결국 남에게 예속되는 것입니다.”(진각교전 서문 중)

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탈각(脫却)하고, 대중의 고통을 해탈하기 위한 가르침의 방편으로 심인불교의 교문을 열게 되는 시대적 당위성을 회당 대종사는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습니다.

“현세를 교화하려고 새로 창종한 진각종은 교종과 본심 진언을 주로 하고, 불타의 중생교화 본뜻을 바로 가르쳐서 다신다 불을 세우지 않는다. 또한, 안으로 나에게 있는 자성 법신과 밖으로 삼계에 두루 찬 법계 법신을 깨쳐서, (중략) 자주가 아닌 의뢰적 방편, 교민화속(敎民化俗)이 아닌 독선적 방편을 탈각하게 한다. 그리고 불교의 실천 강령인 ‘희사(喜捨), 계행(戒行), 하심(下心), 용맹(勇猛), 염송(念誦), 지혜(智慧)’ 등,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실행하게 하여 마음 중생을 제도하므로 현세에 안락하고 후세에 극락 가는 길을 열게 한 것이다.”(실행론 서문 중)

이처럼 심인불교는 무상을 으뜸으로 세워서 등상(等像)을 여의고 육행실천으로 자성 법신을 깨쳐서 의뢰를 버리고 자주력을 확립하여 자주 정신으로 나아가는 진리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은 여전히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가 나누어지며 자주력이 없어지고 정치경제적으로 이웃 나라에 예속이 점점 심화되는 고통의 형국인 듯하여 가슴이 답답해져 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 진언행자들은 심인진리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습니까? ‘심인진리’에서는 ‘지심으로 참회하고 실천함이 정도’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스스로 주인 됨’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심인진리를 공부하는 사람은 누구를 미워하고 욕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를 탓하고 원망해서도 안 됩니다. 그 사람은 심인진리를 실천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진언행자의 자격 미달입니다. ‘불공(佛供)은 곧 화공(化供)’입니다. 즉 내가 변화하는 것이 불공입니다. 내가 변해서 바뀌고 고쳐지는 것이 불공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답답함과 한탄과 애절함과 고통은 어쩌면 법계에서 나에게 던져주는 당체설법이자 마음공부의 숙제는 아닐는지요.

손님이 내 집에 오래 머물고 있으면 내가 불편합니다. 특히 달갑지 않은 손님이면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적당하게 대접을 해서 빨리 보내야 합니다. 내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의 주인은 우리 모두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순수하고 고요한 심인(心印)입니다. 그런데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오염된 마음이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마음을 순간순간 방문하는 손님들입니다. 미움, 화, 욕정, 질투, 사랑, 죄책감, 우울 등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파도와 같은 것들입니다. 이러한 달갑지 않은 손님들에게 우리의 본래의 주인 된 마음이 너무나 빨리 납치당하고 장악되기 일쑤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어 손님으로 찾아온 마음이 본래의 내 마음을 흙탕물과 쓰레기같이 오염시켜버립니다. 내가 찾아온 손님에게 주인행세를 하지 못하고 내 마음의 주인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일제에 나라를 잃어버린 것과 같은 고통입니다. 내 마음은 식민지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자주 독립운동을 외쳐야 할 때입니다.

불현듯이 찾아오는 손님을 순간순간 알아차려야 하겠습니다. 순간의 감정과 생각으로부터 내 마음을 지키겠습니다. 손님에게 내 마음의 주인 자리를 내어주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미 찾아온 손님이라면 최대한 짧게 머물게 하고 본래의 내 마음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이러한 손님맞이 과정이 마음공부입니다. 내 마음의 자주독립을 굳건히 지켜나가겠습니다.

안산심인당 주교 보성 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