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어느 뇌과학자가 경험한 열반

편집부   
입력 : 2015-07-16  | 수정 : 2015-07-16
+ -
뇌과학자 질 테일러 박사는 38살 젊은 나이에 뇌출혈을 겪게 되었다. 도움을 받기까지 4시간에 걸친 절체절명의 상황. 언어와 논리를 담당하는 좌뇌 출혈로 뇌는 점차 정보처리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좌뇌의 간섭을 받지 않는 우뇌를 통해 열반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열반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하여 평화로운 지구를 만들고자 대중 강연에 나서게 되었다.

문제의 그날 아침, 잠에서 깬 테일러 박사는 눈 뒤에서 아이스크림을 베어 문 듯한 시큼한 통증을 느꼈다. 별 대책이 없어 운동기구에 올랐다. 붕 뜬 상태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묘한 느낌, 계속되는 통증, 어색해지는 몸동작… 균형을 잡으려고 벽을 짚었지만, 몸과 외부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었다. 완벽한 침묵과 장엄한 에너지의 세계가 느껴졌다. 출혈로 좌뇌가 기능을 잃고 우뇌만 작동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오른쪽 뇌는 지극한 “지금과 여기”에 대한 인식을 담당한다. 모든 감각 정보 덩어리를 통합된 형태로, 세상을 그림과 에너지의 흐름 형태로 인식하고, 개체로 나뉜 의식은 없다. 왼쪽 뇌는 여기에 질서를 부여한다. 끊임없이 세부 사항을 파악하여 분류하고 조직하며, 언어와 논리의 형태로 이해한다. 정보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개체화된 “나”로 인식한다. 좌뇌를 거친 의식은 모두 과거와 미래에 관련되게 된다.  

다시 멈추었던 좌뇌가 작동하면 그녀는 심각한 문제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고자 발버둥 쳤다. 그러다가 곧 정지되면 모든 짐과 스트레스를 내려놓은 듯한 편안함과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그 상태를 ‘랄라랜드’라 불렀고, 너무 아름다워 보름 정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뇌는 작동과 정지를 반복했다. 도움을 청하려고 전화기를 잡았지만 전화번호를 기억할 수 없었다. 명함 첩을 꺼냈지만 명함 위의 숫자와 배경을 구분할 수 없었다. 파도같이 울렁대는 인식 기능 속에서 3센티 두께의 명함 뭉치를 파악하는 데 45분이 걸렸다. 숫자 모양을 맞춰가며 겨우 번호를 모두 눌렀지만, 저편의 응답은 강아지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자신의 말도 마찬가지였다. 언어를 분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현명한 동료의 판단으로 구조될 수 있었다.

병원 치료 과정에서도 랄라랜드에 대한 경험은 계속되었고, 그녀는 니르바나(열반)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살아서 발견한 열반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게 되면, 세상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인정 많고,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녀가 전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좌뇌를 끄고 우뇌를 켜기로 선택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랄라랜드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른 쪽 뇌의 깊고 평화로운 의식 속에서 우리는 우주의 생명력의 일부가 되고 개인이 아닌 “우리”가 된다. 한편 생존과 생활을 위해 늘 켜 놓는 좌뇌의 의식 속에서 우리는 거대한 에너지 흐름에서 분리된 개인이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열반을 체험한 그녀의 조언은 당연히 전자이다.

신재영 위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