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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칠대(七代)까지 인가?

편집부   
입력 : 2015-05-01  | 수정 : 201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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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이팝나무들이 흐드러지게 꽃향기를 토해냅니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꽃이 피면 나무가 하얀 꽃으로 덮여 이밥(쌀밥)을 연상시킨다는 데서, 또는 꽃이 활짝 피면 그해 벼농사가 풍년을 이뤄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데서 나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팝나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60년대 우리 국민이 너무 가난해 쌀밥은커녕 보리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보릿고개 시절 5월이면 쌀밥처럼 수북이 핀 이팝나무 꽃처럼 온 국민이 마음껏 배불리 쌀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다른 어떤 나무보다 이 나무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가난을 걱정하며 국가경제가 발전하여 국민 모두가 잘살기를 바라는 국가원수의 바람과 한(恨)과 꿈을 그리고 그 분의 사상의 크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회당 대종사는 우리 진언행자들이 사상을 키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펴고 있습니다. “사상을 키워야한다. 봉건시대는 천자(天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제후(諸侯)는 땅[地神]에 제사를 지내고 민간인은 가신제(家神祭)를 지냈다. 천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니 천자와 같은 인물을 낳고, 제후는 지신제를 지내니 제후와 같은 인물을 낳고, 민간인은 가신제를 지내고 귀신을 숭상하니 작은 인물만 낳게 되었다. 현시대는 자유 민주시대이니 누구라도 사상을 크게 가져야한다.”(실행론 5-3-20)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까지만해도 천자의 예에 따라 제천행사를 봉행하였다고 합니다. 고대사회 이후의 고유한 제천전통과 중국에 대한 자주의식이 작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리학이 정착된 조선 초기에는 유교를 건국이념으로 표방하여 중화(中華)적 천하관을 받아들임에 따라 조선을 제후국(諸侯國)으로 자처하는 입장에서는 천자의 의례인 제천의례를 행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한편 일반 가정에서 지내는 제의례(祭儀禮)에도 신분에 따른 사상의 크기를 제한하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의례(儀禮)>, <예기(禮記)>를 비롯한 고대의 예서에서는 제사의 범위를 ‘천자(天子)는 7묘, 제후(諸侯)는 5묘 경대부(卿大夫)는 3묘, 사서인(士庶人)은 1묘’로 각각 규정하였습니다. 이것은 제례가 갖고 있는 기본 속성인 차별성을 드러낸 것으로, 종자(宗子)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제사의 대상 및 범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기제사(忌祭祀)에 대한 조선시대 <경국대전(經國大典)>의 제전(祭典)의 규정을 보면 사대부 이상은 사대(四代), 육품(六品) 이상은 삼대(三代), 칠품(七品)이하는 이대(二代), 일반서민은 부모(父母-一代)만을 봉사(奉祀)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제사의 봉사 대상도 계급에 따라 차이를 두었습니다.

이처럼 과거시대에는 일반 서민이 하늘을 섬기고 제를 올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조선시대 대부분의 세월동안 나라의 국왕조차 사대주의 사상에 얽매여 중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천의례를 행할 수 없었습니다. 천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제천행사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역모(逆謀)였습니다. 제후(諸侯)의 나라에서 천자가 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일반 민간인이 제후가 되고자 하는 뜻을 품어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신분에 맞는 사상을 가져야 했습니다. 집안에서 조상의 뜻을 기리고 효를 행하고자 하는 데에도 사상의 차이를 두었습니다. 천자는 7대조까지, 제후는 5대조, 이하 신분의 고하에 따라 4대조, 3대조, 2대조, 1대조로 구분되었습니다. 갑오개혁이후 신분제도가 철폐된 이후에도 일반 서민들은 사대봉사(四代奉祀)를 하는 것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사상이었습니다.

회당 대종사는 진언행자들이 큰 사상을 가질 수 있는 방편의 문을 열어 놓았습니다. “유교시대는 오직 천자만이 하늘과 친근하여 보이지 않는데서 복을 구할 수 있다고 제후(諸侯)에게 가르쳤다. 종교시대는 보이지 않는 법신비로자나불을 믿어서 친근할 수도 있고 부처님의 뜻대로 행할 수도 있고 복을 구할 수도 있다.”(실행론 5-3-13) 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법신부처님은 형상이 없이 천지세계 하나로서 크고 성스럽고 삼세에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각교문은 법신부처님과 직접 교제(交際)할 수 있는 가르침의 문입니다. 또한 심인당은 우주법계 법신비로자나부처님의 금강계만다라 궁전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심인당에서 법신부처님을 신행하여 가는 것은 봉건시대에 천자가 제천행사를 행해가는 것과 같은 큰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법계 법신불을 믿고 심인을 깨쳐서 인과를 내증하는 것은 천자가 제천의례를 통하여 천명(天命)을 받들어 지상만물을 다스리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물질시대인 현대는 강도법(講度法)을 세워야함을 강조하고 조상 강도는 법신부처님께 예참을 올리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제사를 받드는 것은 부모님이 살아있을 때와 같이 섬기고 추모(追慕)하는 법이며, 물질시대인 현대는 강도법을 세워야한다. 지금 시대는 조상을 조상불(祖上佛)로 받들어 강도(講度)한다. <중략> 조상강도는 법신부처님께 예참을 올리는 것이다.” (실행론 3-7-6)

종단의 진언행자들은 ‘새해대서원불공’ 이나 ‘새해사십구일불공’ 기간 중 개인의 큰 서원과 더불어 칠대선망조상불을 위한 추복강도불사를 올립니다. 이처럼 칠대선망조상불 추복을 위한 강도불사는 7대 까지 제의례(祭儀禮)를 행하는 이치를 담고 있으며 그만큼 큰 사상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사람의 사상이 광대하고 협소한데 따라서 자손의 출세도 다르다. 작은 것을 숭상하면 사상이 작아져서 작은 인물을 낳게 되고 큰 것을 숭상하면 사상이 커져서 큰 인물을 낳게 된다.”(실행론 5-3-7) 사상을 크고 넓게 가지면 누구나 큰 인물로 발전되어간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은 가정에서도 훌륭한 자손들을 많이 생성 양육할 수 있는 인연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회당 대종사께서 강조하신 법계 법신부처님의 사상과 칠대선망조상불을 위한 추복강도불사의 가르침은 진각밀교를 신행하는 우리 진언행자들이 큰 사상을 가져서 천자(天子)나 제후(諸侯) 혹은 장자(長者)와 같은 세력과 재력을 갖춘 큰 인물들이 되기를 바라는 대종사의 원(願)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안산심인당 주교 보성 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