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알기쉬운 교리문답

밀교신문   
입력 : 2015-04-16  | 수정 :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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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법신(自性法身)이 뭔가요?

다 쓴 건전지와 새 건전지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답니다. 의외로 쉬웠는데요, 건전지 본체 길이만큼 낮은 높이에서 똑같이 바닥에 떨어뜨려보면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실험 결과 다 쓴 건전지는 쓰러져버리지만, 새 건전지는 수직으로 서 있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배터리 안에 있는 알칼리 성분이 소진되면, 그로 인해 내부를 채우는 가스가 생산되기 때문에 안이 텅 비게 되어서 쓰러진다고 합니다.

우리들 마음의 건전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몸이 건강하더라도 내면의 심리적, 정서적 에너지가 고갈되어버리면 버티고 서 있기조차 힘들어집니다. 몸의 병은 약으로 나으면 그만이지만, 마음의 병은 좀처럼 치유되기 어렵거든요. 진언행자가 꾸준히 삼밀 수행을 해 가는 것은, 결국은 어떠한 인연에도 흔들림 없이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면역을 키우기 위함인지도 모릅니다.

진각성존 회당대종사께서 10세 되시던 해에 지으신 유명한 시구가 있습니다. ‘심일당천만 질백화단청(心一當千萬 質白畵丹靑).’ 우리 마음 하나에서 천만 가지 일이 나타나고, 바탕이 하얀 종이에는 온갖 색깔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백지만 있으면 어떤 색깔의 그림도 그려 넣을 수 있듯이, 본래의 청정한 마음과 밝은 성품만 있다면 못 할 것이 없는 법이죠.

진각종의 가장 큰 특징은 형상으로서의 불상을 세우지 않고 스스로가 자성법신(自性法身)임을 체득하여 심인진리(心印眞理)를 구현하는 데 있습니다. 자성법신이란, 말 그대로 ‘내 성품 그 자체〔自性〕가 바로 법신’이라는 거지요. 따라서 나의 몸〔身〕과 입〔口〕, 그리고 마음〔意〕을 청정히 가지는 삼밀수행이야말로 내 성품을 깨쳐 법신을 가장 가까운 곳으로 모시는 최선의 방법이 되는 거예요. 회당대종사께서 “우주에 충만하신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시려면 먼저 내 마음 속에 있는 자성(自性)을 알아 공경하며 그 자리를 밝히라”(『실행론』 2-2-5)고 말씀하신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법신은 빛입니다.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요. 또 곧게 나아가다가 다른 물질을 만나면 부딪쳐 되돌아오는 성질이 있거든요. 과학 용어로는 이것을 ‘반사(反射)’라고 하지만, 밀교에서는 ‘가지(加持)’라고 부릅니다. ‘가(加)’는 진리세계에 상주하는 법신의 자비가 중생에게 미치는 걸 의미하구요, ‘지(持)’는 중생이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서 지닌다는 뜻이에요. 주는 것을 받지 않겠다고 되돌려주는 의미에서의 ‘반사’가 아니라, 자기 고유의 생명력을 여실하게 드러내는 차원에서의 ‘감응’이라고 봐야겠지요.

빛과 사과의 만남을 생각해보세요. 빨간 사과에 닿으면 빨간 빛을 내고, 파란 사과에 닿으면 파란 빛을 냅니다. 그렇다고 빛 자체에 빨갛고 파란 성질이 있는 게 아니라, 다만 빛에 닿은 사과의 고유한 색감을 더 돋보이게 할 뿐이거든요. 이렇듯 법신의 당체(當體)는 곧게 뻗어 나와 사물이나 현상에 닿는 즉시, 대상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진여(眞如)〕을 드러내주는 큰 거울과도 같아요. 이러한 법신의 절대지혜는 더함도, 덜함도 없는 그야말로 생긴 그대로를 보여주는 실상적(實相的)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