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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평화의 근본, 아내? 남편은?

편집부   
입력 : 2015-02-17  | 수정 :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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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교전에서는 ‘부인(夫人)은 가정화순(家庭和順)과 인류평화(人類平和)의 근본’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부인은 한 가정에서 아내를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면 상대격인 남편은? 남편은 가정화순과 인류평화의 근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일까요?

사람은 누구나 남성적인 측면과 여성적인 측면이 함께 존재합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자신 속에 들어있는 남성/여성적 양극성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향도 있습니다. 모든 남자는 남성적이고 모든 여자는 여성적이라고만 생각하는 고정된 양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합니다. 개인의 인격이란 것은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상호작용이 낳은 결과라는 것을 인식하는 대신에 서양사회는 전통적으로 모든 남자는 남성적이고 모든 여자는 여성적이라고만 생각하는 고정된 양식을 수립시켰습니다. 그리고 사회 관습도 여성적인 면보다 남성적인 면에 치중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고정 관습이 남자에게 지도적인 역할과 많은 사회적인 특권을 부여한 것입니다. 독일출신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는 인간성의 모든 ‘양성적(兩性的)’인 면을 강조하면서 그 특징을 밝히고 있습니다. 인간 내면의 남성적인 면으로는 활동성, 이성적 사고, 경쟁, 공격성 등을 특징으로 들었으며 반대로 직관적, 종교적, 신비적, 비의(秘儀)적 혹은 심령(心靈)적이라는 말들을 여성적인 특징으로 묘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직관적 지혜는 인간성의 수동적이고 여성적인 성품이며, 사랑과 연민은 능동적이고 남성적인 성품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음(陰)’, 여성적인 의식 양태는 서양의 남성 지향적 사회에서는 항상 억압을 받아왔던 반면, 동양의 신비주의에서는 이 여성적 양태가 계발되었으며, 또한 인간성의 두 국면 간에 하나의 통일성이 추구되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노자의 말에 의하면 완전히 깨달은 인간이란 ‘남성적인 것을 알고서도 여전히 여성적인 것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 입니다. 동양의 여러 가지 전통에 있어서는 의식의 남성적인 양태와 여성적인 양태 사이에 역동적인 균형을 이루는 것이 명상의 주요한 목표이기도 합니다. 탄트라 불교나 동양의 신비주의에서는 한 사람 속에 들어있는 자웅(雌雄) 양태의 이러한 통일은 사고(思考)와 언어의 경계가 초월되고 모든 대립성이 역동적 통일체로 나타나는 의식의 보다 높은 경지에서만 체험될 수 있다고 확언하고 있습니다.

한편 가정(家政)을 하나의 인격체로 본다면, 인류사회를 하나의 유기체(有機體)로 인식한다면, 가정화순과 인류평화, 즉 그 인격체와 유기체의 역동적 조화와 균형을 위해서 강조되고 있는 측면은 다름 아닌 바로 여성적 양태인 것입니다. 실행론에서 밝히고 있는 회당대종사의 가르침인 “심리(心理)에 밝은 사람은 난치병이 해탈하고 동시에 가정화순과 인류평화를 이루게 된다.”는 말씀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내 가정의 화목과 인류평화의 길은 생활 속 조그만 실천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를 무조건 이유 없이 끼워주면 내 마음속에 여러 개의 이점(利點)이 생긴다고 한 유머 전문가가 행복칼럼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먼저, 베푸는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내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 보입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유 있는 내 모습이 멋져 보입니다. 더불어 야구 방망이나 삼단봉의 위협도 사라집니다. 결론적으로 나 자신의 존재의 가치가 급상승합니다. 한편 이러한 양보와 화합과 조화는 자기 내면의 대립이나 경쟁심, 공격성 등과 같은 남성적인 성품을 자제시키고 수동적이며 직관적이고 종교적이고 신비적인 여성적 양태를 드러냄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자신의 이 조그만 베풂과 양보로 도로 교통이 안전해지고, 사회가 소통되며, 국가가 안정 발전되고, 남북평화통일의 초석이 다져지며, 인류 평화의 기초가 다져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확언도 회당대종사의 다음의 가르침으로 힘을 얻습니다.  “진각종의 신교도 중에 한 사람이 정기불공을 하면, <······>그 교도에게만 이익과 복이 미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마을과 동 면 군 시에 이르기까지 이익과 행복이 백분의 일, 천분의 일 혹은 만분의 일이라도 미치게 된다. 그러면 그 가까운 이웃과 동 면 군 시에만 이익과 행복이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그 사회에 이르기까지 복덕이 미치게 된다. 그러면 그 나라, 사회에만 복덕이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인류와 온 우주법계에 이르기까지 복덕이 미치는 것을 증득해야 한다.”

인간의 행복은 명품 백 이나 외제차, 고급 브랜드 옷 등 무엇을 소유하고 있느냐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역동적 조화와 화합적 통일체로 존재하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떠한 사상과 생각을 가지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행복의 열쇠입니다. 큰 사상과 큰 마음은 여유로운 자신을 만들기도 합니다. 인류평화를 위해서 끼어드는 차 모두에게 아낌없는 양보를 실천함은 어떨까요? 그 시작은 바로 삼밀불공을 통하여 직관적 지혜를 열어가는 심인공부입니다. “비록 자기와 자식을 위하여 심인공부를 하여도 결국 세상에 큰 이익이 된다.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본심인 심인의 덕(德)이 세상에 비쳐지게 될 것이다.” 실행론의 말씀입니다.

안산심인당 주교 보성 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