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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에 소주 한 잔

편집부   
입력 : 2014-12-16  | 수정 : 20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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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흔해진 세상, 하루에도 수많은 가수들이 반짝였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우리 가요계의 모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아니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가수들도 있다. 세상을 떠나 다시는 마주할 수 없기에 더욱 애절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모르며 지나간다.

최근 신문기사와 인터넷 음반 가게에서 눈에 띄는 소식 중에 고(故) 김광석의 네 번째 앨범 재발매 소식이 있다. 한정판 LP로 발매되는 그의 앨범은 1994년 발매된 후로부터 20년 만에 재발매가 되는 것이다. 필자가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1988년에 발매된 그룹[동물원]의 데뷔 앨범이었다. 그 앨범 속에 수록된 ‘거리에서’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진한 여운을 주었고 그 후로 오랫동안 그의 팬들처럼 나도 그의 음악을 들으며 80년대와 90년대를 보냈다.

지난달 나는, 35년의 지난 대구시절을 정리하고 세종시로 이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의 멀어짐이 가슴 아팠다. 그리고 또 하나 가슴 속에 떠오르는 아쉬움이 있었다.
삶에 지치고 황폐해진 자기 자신을 만날 때면 문득 찾아가 걷던 그 ‘김광석 거리’의 골목..
신천이 흐르는 수성교 곁에서 기타를 들고 앉아 늘 웃고 있던 그의 동상이 있는 그 곳을 자주 찾지 못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나이를 떠나 전 세대를 아우르는 그의 음악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솔함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른이라는 위치, 청춘을 지나서 사회로 나와 마흔을 바라보며 앞으로만 달리다가 문득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곡 ‘서른 즈음에’, 함께 늙어가는 부부의 모습을 애잔하게 그리고 있는 곡(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 곡)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그리고 이전 세대의 곡(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을 넘어서 입영을 앞둔 이 시대 모든 젊은이들을 위한 곡 ‘이등병의 편지’ 등...
그의 노래 속에는 사람 냄새와 진솔한 삶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돌아보니 이제 알 것 같다.
음악은 우리에게 늘 위로가 되어 가슴 속에 흐르고 있었고, 또 사람들과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매개체였음을..

차가운 겨울 밤길을 걷다가 불빛 아롱지며 흔들리는 포장마차를 보면 소주 한잔 앞에다 두고 그리운 사람들과 모여앉아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누고 싶다.

김광석,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김기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