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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또 하나의 한류(韓流)

편집부   
입력 : 2014-12-02  | 수정 : 20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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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이 한 말이다. 한글은 세계문자올림픽에서 2년 연속 금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우수한 문자이다. 유네스코에서는 한글을 세계의 기록유산으로 지정했고, 과학성, 창의성, 실용성을 두루 갖추었기에 많은 언어학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한글의 창제 원리와 철학에 대해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훈민정음은 천지자연의 이치를 담아냈기 때문에 소리와 문자가 조화를 이루고, 이 덕분에 세종 때부터 계층 간의 소통도 더욱 활발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세종대왕이 언어학에 뛰어나고 통합 학문의 자세를 갖추었기에 가능할 일이었다.

그런데, 한글이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글이 말소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표기한 문자이고, 이 때문에 배우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분리해서 만든 음운 문자이므로 문자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하기 때문에 음절 문자가 가진 장점까지 함께 갖추고 있다.

한글의 위력은 정보화 시대를 맞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한글의 제자 원리를 활용하면 컴퓨터 업무 처리 능력 면에서 타 언어에 비해 매우 유리하다. 한자나 일본의  가타카나에 비해 7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고, 철자 하나를 입력하는 데 필요한 타수에서 영어보다 35% 정도 빠르다. 특히 휴대전화의 경우 글자를 하나의 자판에 모으고 모음과 자음을 구별하는 등 한글 창제의 기본 원리를 적용할 수 있어 아주 유리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세계인들의 한글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2009년에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족이 자기 말을 한글로 표기했고, 2011년부터 남미 볼리비아 원주민인 아이마라 부족에게 한글을 보급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도 한글을 문자 없는 민족의 문자로 사용하게 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멀리 있는 것에는 강한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가까이 있는 것의 가치와 아름다움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새 한글은 또 하나의 한류(韓流)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한글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 한글을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언어로 재창조해야 할 때이다.
김종두(심인고 수석교사/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