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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역 중화대장경 소장의 의미

편집부   
입력 : 2014-11-17  | 수정 :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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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중화대장경-활자본으로 출판된 최초의 경전

1. 티베트역 중화대장경

티베트에 불교가 전해진 것은 전설상으로 서기 3세기 중엽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으나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송첸감포왕(Srong btsan sgam po, A.D 581∼641즉위) 이후이다.

송첸감포왕은 퇸미삼보타를 비롯한 여러 명의 학승들을 인도에 유학시켜서 불교를 배우게 하였고, 그들은 귀국하여 티베트문자를 제정함과 동시에 간단한 문법을 만들었다. 그 후 약 백년이 지나서 8세기 중반에 티송데첸왕이 즉위했고, 왕은 불교를 보호했으며, 인도로부터 학자들이 들어오고 티베트에서는 번역승들이 배출되어 활발한 경론의 번역사업이 이루어졌다.

그 후 예세외왕때에 이르러 인도의 비크라마시라사의 학승인 아티샤(982∼1054)를 초청하였다. 그리고 티베트에서 계율부흥운동으로 유명한 린첸상포(958∼1055)가 출현하였다. 여기서 티베트불교는 한층 융성하였고, 번역사업도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때부터 밀교관계의 전적이 많이 번역되었다. 당시 중국은 송나라시대로 인도불교와의 교섭이 약화되었다. 따라서 티베트대장경 중에는 한역에 전해지지 않는 경궤, 특히 밀교부의 경전들이 현저히 눈에 띈다.

티베트대장경이 번역된 장소로는 산스크리트본의 경우, 주로 삼예(bsam yas)사의 번역원, 한역 및 리율어로부터 보역은 사캬사에서 이루어졌다. 티베트에서 번역사업은 그 후 17세기경까지 이어졌다.

델게판 대장경부속 목록에 의하면 번역사업에 종사한 인원은 인도의 학승 107명, 티베트의 학자 222명이며, 번역된 경론은 4700부에 이르고 있다. 그들은 번역할 때, 의역을 피하고 축어역을 하였다. 또한 번역어의 통일, 이본과의 대조 등 많은 점에서 흠잡을 데 없는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다. 따라서 티베트에서 번역된 경론은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한불교진각종에서는 2014년 10월28일 중국의 숭덕사관리위원회로부터 티베트대장경 한 질을 기증받았다. 이 대장경은 티베트어로 번역되어 있지만 중국장학연구중심(中國藏學硏究中心)에서 활자본으로 재편집하여 출판한 것이기 때문에 중화대장경(中華大藏經)이라고 한다.

2. 티베트대장경의 번역과 판각

티베트에서 경론의 번역은 수세기에 걸쳐서 수 많은 번역승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며, 양적으로도 상당한 분량에 달한다. 티베트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는 경론은 한역대장경과 달리 불의 설법인 경율을 집성하여 칸귤이라 칭하고, 논사들이 저술한 논소를 텐귤이라 하여 양부로 나누고 있다.

칸귤이란 불의 칙명이란 의미이며, 불설부(佛說部)라고 칭한다. 텐귤이란 제논사(諸論師)들의 주석(註釋)과 소(疏)란 의미로서 논소부(論疏部)라고 칭한다.

이것들은 최초 사본으로서 전해졌으며, 근세까지 티베트의 유명한 사원들에는 거의 어김없이 보존되었으며, 문자는 금분으로 쓰여져 있었다. 이들 사본은 목판대장경보다 앞서 쓰여진 것들이 많다. 티베트에서 제 경전들의 판각이 이루어진 것은 아마도 중국에서 제 경전들의 개판이 이루어진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중국에서 송나라 태조 개관4년(971)에 시작하여 그 후 원·명을 거쳐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수회에 걸쳐 대장경의 개판이 이루어졌다. 티베트에서 대장경 개판은 율부로부터 이루어졌다. 그것은 티베트역 율부를 한역과 대조한 후 라퇴(La stod)에서 판각했다. 이어서 14세기 초 여기에 경론이장을 더해서 삼장을 완비한 대장경이 창(gtsang·藏)지방의 날탕사에서 개판되었다. 이것을 날탕(snar thang) 고판(1312년)이라고 한다. 다음에 날탕고판을 저본으로 한 첼파(tshal pa)판 칸귤이 판각되었고, 날탕신판, 델게판, 북경강희판 칸귤은 이 판의 형식을 답습한 것이다. 리탕판은 첼파판 칸귤과 제본을 대조하여 판각되었고, 초네(Co ne)판에는 고판과 신판이 있다.

초네신판은 티베트계의 틸탄, 델게 양판과 북경계의 영락, 강희 양판의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날탕신판은 18세기 중엽 달라이라마7세의 칙명에 의해서 날탕고판을 저본으로 하여 날탕사에서 개판된 관판으로 티베트내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판본이다. 델게(sDe rdge)판은 델게왕이 개판한 것으로 문법상 엄격한 교정이 이루어졌으며, 판각도 면밀한 계획에 의해서 행하여졌다.
다음으로 중국에서 개판된 것으로 북경에서 개판된 북경판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빨리 판각된 것은 명나라때의 영락판(1410년)이다.
이 판은 북경시내의 축숭사에 한번양경창이 설치되어 거기서 날탕고판을 그대로 복각한 것이다.

다음에 만력제때에 개판된 만력판(1605년)이 있는데 그 내용은 영락판의 복각이다. 이어서 청의 강희제때에 개판된 북경판(1684년)이 있고, 후에 건륭제때 수정판(1737년)이 판각되었다. 이상의 북경판은 칸귤만을 개판한 것으로 내용상으로는 영락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다음으로 북경판 텐귤은 18세기 옹정제의 칙명에 의해서 판각된 옹정판(1724년)으로부터 시작된다.

3. 중화대장경의 특징과 가치

티베트대장경의 판본을 판각지역별로 구분하면 티베트 본토에서 판각된 것과 중국에서 판각된 것이 있고, 계통별로 구분하면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로 날탕고판에서 영락판, 만력판, 강희판, 건륭판으로 이어지는 부류가 있다. 두번째로 첼파판에서 리탕판, 날탕신판, 델게판, 라사판으로 이어지는 부류가 있다. 세 번째로 초네판계통이 있다. 이러한 계보를 가지고 있는 티베트 대장경의 판본은 칸귤의 경우, 날탕고판, 첼파판, 북경영락판, 북경만력판, 북경만력판속장(1606), 북경강희판, 리탕판, 초네신판(1721년), 날탕신판(1730년), 델게판(1733년), 북경건륭판, 고륜(1910년), 라사신판(달라이라마13세) 등이 있다.

그리고 텐귤의 경우, 북경판, 날탕신판(1742년), 델게판(1744년), 초네판(1773년)등이 있다. 이와 같은 판본들은 대부분 어떤 판의 복각에 속하지만 그들은 중국에서 판각된 것과 티베트에서 판각된 것 사이에 분류방식이나 내용에 따라서 각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앞서 분류한 각판의 내용에 의거하여 중국에서 판각된 칸귤에 수록되어 있는 경론의 분류와 순서를 살펴보면 비밀부(rgyud), 반야부(ser phyin), 화엄부(phal chen), 보적부(dkon brtsegs), 제경부(mdo sna shogs), 계율부('dul ba), 목록부(dkar chag)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내용은 판본에 따라서 분류내용에 차이가 있고, 건륭판의 경우는 만주어, 몽골어, 티베트어로 된 목록부가 부가 되어 있다. 이것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티베트에서 판각된 날탕신판과 델게판계통의 판본들은 율부('dul ba), 반야부(ses(ser) phyin), 화엄부(phal chen), 보적부(dkon brtsegs), 십만탄트라부(rgyud 'bum), 고탄트라부(rnying rgyud), 시륜탄트라부(dus 'khor 'grel bsad), 다라니집부(gzungs 'dus) , 목록부(dkar tshag)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밀교관련 경궤들은 북경판계통의 경우, 비밀부(rgyud)에 수록되어 있고, 티베트판본의 경우, 십만탄트라부(rgyud 'bum), 고탄트라부(rnying rgyud), 시륜탄트라부(dus 'khor 'grel bsad), 다라니집부(gzungs 'dus)에 수록되어 있다.
금번 숭덕사 관리위원회로부터 기증받은 중화대장경은 날탕고판 티베트대장경을 시원으로 하는 영락판 티베트대장경 칸귤을 저본으로 옹정판 티베트대장경 텐귤을 부가하여 편찬한 대장경이다.

이 대장경은 긴 시간과 인원을 투입하여 편찬된 21세기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그간 판본을 복사하여 데이터화한 대장경은 미국과 일본에서 출간되었지만 활자본으로 인쇄하여 출판된 티베트대장경은 중화대장경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금번 기증받은 티베트대장경은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나아가서 진각종의 소의경론인 대일경, 금강정경, 대승장엄보왕경, 보리심론 등의 티베트어로 된 경론을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한역대장경이나 한글대장경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대일경과 금강정경관련 주석서와 한역 대승장엄보왕경보다 더 많은 내용의 광본, 한역에서 접할 수 없는 보리심론 관련 논소, 금강계삼십칠존관련 의궤와 주석서들은 우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