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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돌아봄을 위한 계절

편집부   
입력 : 2014-10-31  | 수정 : 20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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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도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흐르고 있다. 뜨거웠던 계절이 식고 낙엽들이 거리를 구른다. 푸른 하늘은 더 깊어지고 짙어졌다.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은 마음을 더 서글프게 한다. 울고 웃던 기억들을 뒤로 두고 낙엽들을 모두 날려 보낸 저 거리의 나무들처럼 차가운 바람 속에 홀로 남아 스스로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숨차게 급하게 달려왔으나 영혼의 가슴 한구석은 텅 비어있다. 초연히 맞이하는 스스로에 대한 여행, 바로 가을이라는 계절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이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고 또 지나간 시간 속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가을은/김기만

가슴 속 옹이로 남은 추억
세월 따라 나이를 먹는지 몰라
나이테 하나 더 건너고 달리는 하늘
끝을 당겨 덮고 누우면 언제나
시리게 삐져나온 발목
가고 없는 것들로 차려진 저녁 만찬
가로등 지글거리며
지독한 그리움 한 무덤 모아 태우는 냄새
가을은
견딜 만큼만 그립다 말 것이고 
시집[건조주의보2007/문학의전당]

잊고 지냈던 오랜 친구를 앞에 두고 술 한 잔을 나누고도 싶고 정신없이 돌고 도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다. 유난히도 짧은 가을이라는 계절. 생로병사-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우리네 짧은 삶이 맨 얼굴로 우리를 쳐다본다. 차가운 겨울을 앞에 둔 계절이기 때문일까 단풍이 물든 산과 가을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유난히도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삶의 본질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또 고민할 새도 없이 바쁜, 이 건조한 시대를 숨 가쁘게 살아가지만 가을날의 어느 하루쯤은  차를 두고 거리를 걸어보자. 속도가 우리들에게서 빼앗아간 세상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원한 젊음이 없듯이 영원한 세월도 없다. 또 한 번의 가을이 우리 곁을 지나간다. 소중한 사람들과 또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 가을의 마지막이 저물기 전에 얼굴을 마주하고 가슴을 마주하고 눈빛을 마주하며 추억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싶다. 힘겹게 달려온 길들을 잠시 뒤로 두고 나와 우리를 돌아보는 시간. 이 가을이 주는 여백을 오롯이 즐기는 것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작은 행복이리라...

김기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