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희망은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나

편집부   
입력 : 2014-09-01  | 수정 : 2014-09-01
+ -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아주 끔찍한 이야기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 후 넉 달이 더 지났다. 무엇이 얼마나 변했을까. 참사 후 많은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약속을 했었고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규명을 약속했었다. 그 약속은 유효기간이 있는 음식과 같은 것이었나. 한쪽에서는 유가족이 단식을 하고 있고 반대쪽 정치판의 여당 쪽에서는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야당은 국민들로부터 야합정치라는 손가락질을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기소권과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을 주장하는유가족들은 정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떳떳하다면 기소권과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을 수용 못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법체계가 흔들린다는 여당의 모 의원의 입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전례가 없다는 말 또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고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어야 함이 옳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약속을 지키는 모습, 죄를 짓고 스스로 인정하며 떳떳이 죗값을 받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 답답한 세월을 지나가고 있는 국민들의 가슴 한 구석도 답답함과 울분에 지치고 있다.

하나의 사실에 왜 이리도 다른 시각들이 난무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자신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까, 자신들의 죄가 밝혀질까 봐 전전긍긍 하며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이상한 쪽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에 참으로 서글픈 심정까지 든다. 최근 들어 국민 갈등은 심화되었고 또 서민들의 삶 또한 더 각박해졌다.
우리들의 손으로 뽑은 정치인들에게 우리는 왜 구걸을 해야 하는 걸까?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 하고 비효율적이며 비생산적인 정치인들은 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받지 않고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서 국민들을 내려다보고 있을까.. 이런 시스템이라면 정치가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희망은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 차라리 우리가 그 희망을 찾아서 한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은 사람의 심정을 어찌 온전히 이해하고 껴안아 위로할 수 있겠나 만은 그들에게 최소한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이 국가가 국민에게 떳떳해 지는 길일 것이다.

숨 쉬는 것조차 미안한 그 사월이 아직도 달력 속에 멈춘 채 넘어가지 못 하고 있다.

정의가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당연한 것들이 당연치 않고, 진실이 진실로서 있지 못 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강한 자에 침묵하고 약자에겐 무심한 법이 우리를 다시 실망시키고...
그래서 삐뚤어진 이 사회의 반복적인 행태에 우리 스스로가 조금씩 익숙해진다는 것..
아마도 그 익숙함이 내가 아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일 것이다.

김기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