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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김영희(시인)   
입력 : 2003-03-18  | 수정 : 200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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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물이나 꽃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그 향기들은 세상에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런 향기는 식물이나 꽃들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에게도 그들만의 향기가 있다. 한 사람이 가진 작은 향기가 온 세상에 퍼져 은은한 감동을 주는가 하면, 온통 이상한 냄새로 전체를 오염시키는 사람도 있다. 온 나라가 연신 무슨무슨 게이트로 소모전을 벌이더니 이제는 한 위정자의 아들들 문제로 언론들은 들끓고 있다. 거기에다 더 가관인 것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몇몇의 또 다른 얼굴들이다. 권력이라는 주변에 부나비처럼 몰려들어 온갖 비리와 협잡으로 사회 전체의 균형을 깨트리고 있는 그들. 지금 우리는 방향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날마다의 삶이 한 점 불빛도 보이지 않는, 마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등대 없는 바다를 상상 할 수 없듯이, 희망 없는 나날 속에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비록 작은 불빛이지만, 그 깜박이는 불빛 하나에 의지해 배들은 항구를 찾아 무사히 귀항할 수 있는 것이다. 위정자의 역할은 바로 이런 등대와 같은 것일 것이다. 비록 위정자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사회, 그 불신은 전체를 왜곡시키고, 그 결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불신에서 비롯된 한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탐욕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균형을 깨트리게 되는 것이다. 법구경에 이런 말이 있다. '부끄러워 할 줄 모른 사람, 낯이 두꺼운 사람, 중상모략이나 일삼고 남을 헐뜯는 사람, 뻔뻔하고 비열한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은 너무나 쉽고 간편하다. 그러나 부끄러워할 줄 알고 그 영혼의 순결을 지켜 가려는 사람, 매사에 신중한 사람, 언제 어디서나 해탈의 경지에 오르려는 사람, 이들에게 있어서 삶은 너무나 힘든 고행의 길이다.' 사람들에게 향을 풍겨주는 것은 비단 꽃 뿐 만이 아니다. 비록 한 개비의 향이지만 그는 자신을 태움으로써 주변에 향 내음을 풍겨준다. 진정으로 향내나는 사람의 모습이 그리운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