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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와 곤장 백대

이상범(시조시인)   
입력 : 2003-03-18  | 수정 : 200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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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황사현상으로 자연의 재앙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눈으로 보게 하고 있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어린이나 노약자에겐 치명적인 해독을 끼친다고 했다. 중국정부에서도 막대한 돈을 투입해 제방도 쌓고 나무도 심어보지만 지역이 워낙 방대해서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특히 내심 겁을 먹고 있는 것은 앞으로 몇 년 뒤에 있을 올림픽행사를 무난히 치를 수 있을지가 심히 우려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 시기에 황사가 일어나 경기장을 스치거나 덮친다면 올림픽도 치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그 너른 지역을 비닐로 죄다 덮을 수도 없다. 다만 하늘에 맡기는 도리 밖에는 없으니 이거야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의 사막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필자는 얼마 전 강화도의 역사박물관에 들렀다. 수난의 섬임을 재확인했으나 그보다 박물관 앞뜰에 모아 놓은 비석 중 유독 하나에 눈길이 머물렀다. 요즘으로 말하면 일종의 경고문 표식(禁標)이었다. 물론 돌에 새긴 경고문이었다. 연도는 1703년에 세웠으니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의 일이다. 두 줄로 된 내용인즉 '가축을 함부로 놓아먹이는 자 곤장 일백 대 ·재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자 곤장 칠십 대'란 명문이 그것이다. 요즘 많은 환경연대들의 활동이 눈부시다. 환경지킴이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력에 비해 성과는 크지 않으나 늘 문제점을 사전에 알림으로서 사회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때로는 강한 경고성 내용으로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도 한다. 이제 다시 300년 전의 경고문을 보면서 조상들의 환경보호를 위한 의지의 단면을 보였다는데 대해 놀라움과 감사, 그리고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환경보호를 위해 취해진 당대의 조상과 관의 혜안에 배워야 할 점이 너무 많았다. 사실 필자가 당대에 살았다면 곤장을 몇 백 대쯤 맞았을성 싶다. 그 만큼 과거엔 경각심이 부족해 방심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