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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말을 들어 보렴

편집부   
입력 : 2014-07-03  | 수정 : 201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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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빛 녹음이 넘실대는 초여름이다. 가만히 있어도 불안하지 않고 가진 것이 없어도 모든 것을 품은 듯하다. 요즘 휴일 아침에 앞산 고산골로 가는 습관이 생겼다. 들머리에서 출발해 오르막을 20분 정도 달리면 약수터가 나온다. 이곳은 등산객들이 목을 축이고 가는 곳으로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에 도착하면 물 한 잔 마시고 ‘다정한 내 친구’로 이름 붙인 참나무를 껴안는다. 나무에 심장을 댄 채 꼭 껴안고 5분 정도 있으면 나무가 나직이 말을 건네 온다. 그렇게 나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맑은 물로 헹궈낸 듯 머리가 맑아지고 평온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아 돈다.

나무는 서로 어우러져 살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고독한 밤을 즐기며 이겨내고 비바람, 눈보라도 온몸으로 받아낸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맑은 공기를 선물하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또 봄이 오면 잎을 틔우고 때가 되면 고운 꽃을 피워내며, 절정의 순간에는 미련 없이 꽃을 버려 풍성한 열매를 돌려준다.

이렇게 나무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몸으로 보여준다. 이 때문인지 이세 히데코의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이란 책에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한 그루의 나무를 가지고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또한, 마종기 시인은 ‘과수원’이란 시에서 “나무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삶의 지침으로 삼는다”고 고백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말이 있다. “나무에 귀를 대고 나무의 말을 들어 보렴!” 또 가끔씩 아이들을 숲으로 데리고 가서 나무를 껴안고 나무와 대화를 나눈다. 아이들은 아직 이 말의 뜻을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깨우치고 실천할 거라 믿는다. 이것이 내가 추진하고 있는 ‘나무의 말 프로젝트’이다.

요즘 교육계에서 인성 교육을 강조하며 많은 프로그램을 적용해보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 나무를 많이 심고 아이들이 나무와 대화하며 놀도록 가르치면 어떨까? 추상적인 이론을 넘어 체험을 통해 스스로 인성을 다듬어가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나무를 닮아간다면 인성과 지혜를 함께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고 우리 사회는 더 따스하고 넉넉해질 것이다.

김종두/심인고 수석교사,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