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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운 것들...

편집부   
입력 : 2014-06-02  | 수정 :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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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워야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라는 책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어느 순간 둘러보니 기본과 상식이 무너진 사회가 되어버렸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책 제목처럼, 꼭 유치원시절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유년시절과 청소년시절을 거치며 많은 것들을 배웠다. 학문의 깊이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나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것, 또 친구와 싸우지 말고 서로서로 친하게 지내는 방법도 배웠다. 차가 오가는 길을 건너는 방법에서부터 아주 작은 일상의 하나하나를 부모형제와 선생님들과 어른들에게 배웠다. 거짓말은 나쁜 것이며 어떠한 순간에도 진실해야 하고 불의 앞에서는 참지 말라고 배웠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가르친 어른들의 사회는 그렇지 못 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자기 밥그릇을 챙기고 성과를 챙기고 자기의 이익만을 따지며 오로지 돈만을 외치며 지나온 사회는 결국 ‘세월호 참사’라는 하나의 결과를 가져왔다.

‘세월호 참사’는 기준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반복되어 온 우리사회의 단면(斷面)을 보여준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건, 대구지하철 참사 등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 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또다시 반복된 과거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돈벌이에 급급해 많은 규정들과 원칙을 저버린 기업과 또 그런 기업들을 방관해 온 국가기관에게 국민의 안전이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수면 위로 솟아오른 하나의 현상은 그 수면 밑에 무수한 원인들을 껴안고 있다. 온갖 비리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국방의 의무’도 마치지 않은 일부 정치인들과 공직자들부터 탈세와 반도덕적 양심을 가진 기업인들, 권력의 종이 되어버린 사법기관과 그리고 돈에 지배당해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는, 존재의 이유마저 상실한 언론까지...마치 정교하고도 튼튼한 블록 덩어리처럼 서로에게 붙어있다.

학교에서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배출하고 있지만 우리는 늘 선진국의 교육시스템을 부러워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아이들을 몰아놓고 지식들을 주입하고 있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인문학과 철학은 사라지고 고졸로는 살아가기 힘든 사회에서 너도나도 몰려 간 대학은 결국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장(場)이 되어 남아있을 뿐이다. 나눔의 여유, 주변의 친구들을 둘러 볼 여유 없이, 또 어른들과의 소통의 시간도 가지지 못하고 그저 책속에 담긴 글자와 숫자의 지식들을 마주하며 오로지 순위와 스펙에 매달려 지내는 그들에게 인성이나 도덕심을 기대하는 것은 큰 욕심이다.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더 배워야 하는 것일까?

창조란 없다.
새로운 것이 없어서 이러한 사회가 된 것이 아니다.

지금은 결코 새로운 것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며 지금껏 지키지 못한 그 소중한 진리, 원칙과 소통, 서로간의 이해,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오늘도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이 말...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김기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