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못다 핀 열여덟 살을 기억하며

편집부   
입력 : 2014-05-16  | 수정 : 2014-05-16
+ -

신록이 봄바람 타고 춤추는 이 눈부신 계절, 답답하고 기막힌 시간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가슴 가득 차오르는 분노, 꼭대기까지 솟구치는 슬픔, 미안함으로 범벅된 감정이 끝없이 맴돈다. 비바람이 휩쓸고 간 진도 앞바다에는 오늘도 정조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아이들의 손을 끝내 잡아주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단기간에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국가로 선망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화려한 겉모습에 감춰진 부끄러운 속살이 여지없이 드러나 버렸다. 이제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뿌리까지 파헤치고 뼛속까지 내려가 깊이 성찰해야 한다.

라틴어에서는 ‘진실’의 상대어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다. 꼭 기억하겠다는 목소리가 온 누리를 흔들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재난관리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리더의 책임감과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다. 올바른 리더를 양성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공동체에 대해 책임감과 봉사 정신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봉사를 장려하고 배려와 나눔의 정신, 리더십을 키워야 하며, 정부는 대학들이 이러한 덕목을 입시에 폭넓게 반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공부 잘하고 다양한 스펙을 쌓아 명문대에 진학하고 출세하는 것 못지않게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윤리 의식을 다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먼저 인문학을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도구적 합리성과 차가운 효율성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빠른 속도로 멀리 가기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 더불어 의미 있게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고민해야 한다.

탁석산이라는 철학자는 ‘자기만의 철학’이라는 책에서 “어떻게 해야 오래 살 수 있는가에 답하면 과학이고, 왜 사는가에 답하면 철학이다.”고 말했다. 이제 과학지상주의에 잠시 제동을 걸고 누구를 위한 과학이고 무엇을 위한 합리성인지 질문해보아야 할 때이다.

김종두 심인고 수석교사/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