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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623호)

편집부   
입력 : 2014-04-30  | 수정 :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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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추모 연등회

온 국민이 울었다. 실종되거나 희생된, 차마 말로 다하지 못할 안타까운 이들이 수적으로 많음에 울었고,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젊디젊으면서도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믿고 묵묵히 말 잘 들은 어린 학생들이 처참하게 당한 처사에 또 울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밝혀지는,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어처구니없는 조직적 무관심과 무책임을 듣고 보면서 다시 울었다.

4월 16일 진도 앞 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참사는 이렇듯 온 국민을 울먹이게 했다. 누구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질책할 마음의 여유가 아직은 없다. 아직까지 구조되지 못해 칠흑 같은 어둠과 차가운 물 속에서 떨고 있을 실종자가 100여 명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종자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 품으로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추모행렬이 줄을 잇고 거리에 매달기 시작한 노란 리본이 전국을 뒤덮을 때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가 눈앞에 닥쳤다. 행사 개최에 대한 찬반여론도 많았다. 온 국민이 시름에 잠겨 있는 와중이라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했다. 굳이 연등회가 아니어도 불교계 차원에서 범국가적인 추모법회를 열기라도 해야하는 판국에 실종자들의 빠른 귀환과 희생자들의 왕생성불을 서원하는 연등회로 가닥이 잡히며 연등회가 봉행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바꿔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고야 말았지만, 이제는 제발 달라져야 한다.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각자가 위치해 있는 자리에서 몸과 입과 뜻으로 자기가 하는 일의 정도를 찾아 모든 것을 바로 세워야 한다. 모두가 주인된 입장에서, 가족을 지키는 자세로 자기 직분에 충실할 때 질서는 바로 서게 되고 안전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되는 이치를 여실히 깨달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비뚤어진 심성진리를 바로 세워 전도된 양심과 물심을 바로 잡아야 안전한 세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참사 희생자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할 일은 지금까지 저질러온 과오를 참회하며 모든 것을 바로 세우는 이 길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