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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오면...

편집부   
입력 : 2014-04-16  | 수정 :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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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짧은 계절을 겨우내 기다렸다.

생애 몇 번째 봄이구나 생각하다가 따지고 보면 일생에 맞는 봄도 백 번이 결코 안 됨을 새삼 느끼고 그리 길지 않은 우리네 인생을 돌아다본다.

먹고사는 일이 뭔지, 돌아볼 새도 없이 돌고 돌다가 어느새 축포를 터트리듯 꽃잎들을 한가득 쥐고 있는 벚나무 아래에서 세상을 둘러보기도 하고 긴 침묵의 겨울날들을 견디고 커다란 꽃잎을 활짝 피운 목련들 앞에서 한참동안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시작이란 얼마나 가슴 설레고 기쁜 것인가. 유년과 청년시절엔 가을이 좋았지만 중년이 된 지금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다. 우리는 봄이라는 계절을 맞을 때마다 새봄이라고 부른다. 똑같은 봄이 없듯이 우리가 마주한 순간들 역시 같은 모습의 시간이 아니며 현재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연결고리인 것이다.

차가운 겨울을 견딘 나무들이 가지마다 꽃을 피우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화사한 희망으로 가득 채우고도 남는 그 이상의 의미를 선사한다. 겨울은 길었으나 그 고된 삶의 테두리 속에서 우리도 희망이라는 씨앗을 품고 살아왔다. ‘희망’, ‘’, ‘출발’, ‘시작’... 이러한 단어들과 가장 어울리는 계절도 단연코 봄이다. 첫사랑의 기억도 봄을 닮았고 아련히 아지랑이로 흔들리며 봄바람에 실려서 오는 옛 추억과 마주하기도 한다.

봄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꽃피는 봄이 오면-2004/ 류장하 감독]이다. 해마다 봄이 오면 DVD를 꺼내서 다시 보고, O.S.T를 찾아 영화를 가득 채우던 음악들을 듣기도 한다. “엄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주인공 현우(최민식 분)가 술에 취해 어머니와 통화하는 장면이 주는 깊은 여운은 아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家長)들이 공감하는 그것과 같을 것이다.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설렘과 또 그만큼 커다랗게 밀려드는 후회가 섞인 돌아봄의 아련한 추억여행...

또 이렇게 봄날이 간다. 짧기에 더욱 아쉽지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최선을 다 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추억을 만드는 일이 소중함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 다시 시작이라는 출발선 위에 서서 힘차게 꿈으로 가는 페달을 밟아 살아있음을 느끼며 저 초록의 나무들처럼 활짝 꿈을 꽃피우는 상상을 한다.

봄이 약속처럼 다가왔듯이 또 그렇게 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얼굴로 봄은 올 것이다. 계절이 제 할 일을 하고 저 너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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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