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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반복되는 나의 하루는 창조적이고 발전적이다

편집부   
입력 : 2014-01-13  | 수정 : 201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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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느새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늘 그렇지만, 제대로 한 해를 마무리도 하지 못하고 새해를 맞이하곤 한다. 한 달 전부터 올해는 꼭 연하장을 일찍부터 준비해서 보내야지 다짐을 했건만, 결국 못 보내고 있다. 마음 어딘가에 구정 때 인사드려야지 하는 게으름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 같다.

한 해를 보내며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던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도 가깝게는 시아버지가 세상을 달리했고, 마음 여린 제자가 발병하여 학업을 포기했고, 주변에서 일어난 송사문제로 애간장을 끓이기도 했다. 얼마 전에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엄마!, 하루 하루가 똑 같이 지나가는 것 같아 재미없어" 하는 게 아닌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10년 전에 고민했던 것을 딸아이가 벌써 그런 말을 하다니 하며 놀란 가슴을 가다듬고 "그래 하루 하루가 똑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매일 매일이 반복되는데 엄마는 이렇게 생각한단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엄마의 하루는 창조적이고 발전적이라 생각해." 그리고는 둘이서 큰소리로 "매일매일 반복되는 나의 하루는 창조적이고 발전적이다"라고 외쳤다. 딸아이는 그 의미를 알았는지 활짝 웃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표정이 되었다.

그래, 나는 언제부터인가 주문처럼 이 말을 되뇌며 지내고 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나의 하루는 창조적이고 발전적이라고….

우리 대학 여자 화장실에 가면 '솔개 닮기'라는 글이 붙어있다. 아마 이 글이 붙여진 게 5년도 넘을 것이다. 볼 일을 보면서 안 읽을 수가 없어서 매번 읽는다. 이젠 아예 눈감고도 외울 정도다.

80년을 산다는 솔개는 40세쯤 되면 산꼭대기에 올라가 반년에 걸쳐 고행을 한다고 한다. 길어서 쓸모 없게 된 부리는 바위에 쪼아 부수고, 먹잇감을 움켜잡지 못하는 무딘 발톱은 새로 난 부리로 뽑아버린다고 한다. 게다가 무거워진 깃털까지 뽑아버린 후 새로운 부리와 발톱, 깃털로 새롭게 40년을 산다고 한다.

나도 이제 솔개를 닮아 보려고 한다. 오늘부터 준비해서 새해대서원불공 기간을 거쳐 구정을 맞이할 때까지, 비록 기간은 짧지만 겨울방학 동안에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고행을 해야겠다. 아마도 새해대세원불공이 그 첫 출발점이 될 것 같다.

이정희 위덕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