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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모든 것이 고맙습니다

편집부   
입력 : 2013-12-16  | 수정 :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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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하는 세월이 더해갈수록 고마움의 깊이와 폭이 더욱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불보살을 닮아가다가 불보살이 되어버린 삶이 이런 것이겠지요.

홍원심인당 신교도 중에는 구순이 넘으신 노 보살님이 계십니다. 보살님께서는 노환으로 거동을 못하시고 누워 계십니다. 그동안 월초불공 회향일에는 가정방문을 하여 함께 강도불사를 올립니다. 고맙다는 인사말씀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십니다. 어느 날은 대통령이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래서 예쁜 골무를 손수 지으셔서 청와대로 보내드리고 싶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보살님의 정성과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서원이셨습니다. 고마운 마음은 무엇이든 주고 싶은 마음임을 느끼게 합니다. 보시바라밀을 일상생활 가운데서 실천하고 계십니다. 11월 월초불공 회향일이 되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겨우 말씀을 하십니다.  "이제는 내가 죽을 때가 다 되었나 봅니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부처님 은덕으로 잘 살아왔습니다. 기운이 없어서 힘들지만 아무데도 아픈 데가 없으니 참 고맙지요. 이 늙은이에게 찾아 와줘서 고마워요.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시며 바느질 할 때 사용하는 오색의 예쁜 골무를 여섯 개나 만드셔서 손에 쥐어주십니다. "전수님이 갖고 가세요. 이젠 힘이 없어 못 만듭니다. 젊어서 만든 솜씨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91세로 그동안 수행하시고 보살행을 실천하고자 애써 오신 보살님의 얼굴에는 편안한 미소가 번집니다. 선각자 보살님의 마지막 인생을 정리하고 계시는 모습이 불교에서 전해오는 깨달음의 꽃인 삼천 년 만에 한번 꽃피운다는 우담바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깊은 가르침과 가슴으로 느껴오는 교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없이 고요하시고 담연하신 모습입니다. 심인을 밝혀 보살행을 닦아 오시고 오직 신심과 원력으로 살아오신 진정한 보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계사년 12월이 다가왔습니다. 벌써 심인당 문 앞에는 갑오년 새해달력이 수북히 쌓여있습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은 고운 빛 잎사귀들을 미련 없이 떨구고 있습니다. 또 한해를 마무리해 가고 있습니다. 내 자신을 돌아볼 때입니다 얼마만큼 고마워하고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왔는가 생각해 봅니다. 고마움을 느끼고, 주고 싶은 그 마음이 진정한 행복이었습니다. 수행하는 사람들은 지혜의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선지식의 가르침을 살펴봅니다. 우주만물들이 모두 나의 수행을 도와주고 인격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나 또한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고 이로움을 주기 위하여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느껴봅니다.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 사람과 자연, 시간과 공간, 아픔이든 슬픔이든 어떠한 것이라 할지라도, 오늘도 모든 것이 고맙습니다.

심원지 전수 / 홍원심인당 교화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