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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우(法友)

편집부   
입력 : 2013-12-03  | 수정 : 201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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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에 좋은 벗을 사귀는 이익에 관한 부처님과 아난다의 대화가 있다.

아난다가 어느 숲 속의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다가 '좋은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만약 나에게 좋은 친구가 있고 함께 수행할 수 있다면 내 수행의 절반은 좋은 친구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부처님께 가서 자신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그러나 부처님은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아난다야 너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네게 좋은 친구가 있고 좋은 친구와 함께 한다는 것은 수행의 절반을 이룬 것이 아니라 전부를 이룬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법우란 '법, 즉 진리의 길, 성스러운 길을 함께 가는 좋은 벗'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길은 함께 가지 않으면 힘들고 어려운 길이기에 좋은 벗, 도반을 얻는 일은 성스러운 길의 절반이 아니라 전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친구란 어떤 친구일까요? 여러분은 어떤 친구가 있으면 좋을까요? 나에게 밥도 잘 사주고 늘 잘해주는 친구? 진실한 친구? 나를 잘 믿어주는 친구? 내 인격을 존중해주는 친구? 내가 힘들 때 의지가 되어 주는 친구? 네 좋습니다. 이런 친구가 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친구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상대에게 이러한 친구가 되어주지 않고는 좀처럼 원하는 친구를 얻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부처님께서는 '사분율'에서 다음과 같은 좋은 친구가 되어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일곱까지 법이 있으므로 친한 벗이라 하나니 이롭게 하고 인자하게 보살피기 때문이니라. 아난다야 ①주기 어려운 것을 기쁘게 주고 ②하기 어려운 것을 기꺼이 하며 ③참기 어려운 것을 능히 참고 ④비밀스러운 일이라도 서로 이야기하며 ⑤서로의 잘못을 들추어 내지 않고 ⑥괴로움에 처했을 때 버리지 않으며 ⑦가난하고 보잘것없더라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 것이니라. 아난다야 이러한 일곱 가지 법이 있어서 친한 벗이라 하며 이로움을 더하고 가엾이 여김으로 벗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느니라."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이 소유하고 이익을 얻기 위해서 친구마저 배반하는 이 세상에 친구를 위해 참으로 아까워 남에게 주기 어려운 것을 주라 하고 나 자신도 제대로 쉴 틈이 없이 피곤하고 바쁜데 힘들고 하기 어려운 일을 하라니, 나를 모욕하고 경멸하는데 친구를 위해 화내지 않고 참을 수 있겠는가. 어찌 보면 부처님은 참으로 현실감 떨어지는 말씀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계산법으로는 정말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삶을 돌아보면, 이러한 일들을 기쁨으로 여기시고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해 기꺼이 중생의 벗이 되어 주셨습니다. 여러분도 살아가시면서 친구가 간절히 필요하다고 느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몸과 마음이 아플 때, 실패로 좌절과 실의에 빠졌을 때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처님처럼 의지가 되고 격려와 용기를 주는 소중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1964년 일본 동경올림픽 때의 일입니다. 스타디움 확장과 리모델링을 위해 지은 지 3년 되는 경기장을 헐게 되어 작업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는데 몸통에 못이 박힌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가 살아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3년 동안 도마뱀이 못 박힌 벽에서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원인을 알기 위해 철거공사를 중단하고 도마뱀을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낮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밤이 되자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못에 박혀 꼼짝도 못하는 다른 도마뱀을 위해 3년이란 세월을 하루에도 몇 번씩 먹이를 물어다 주었던 겁니다. 어쩌면 고통과 절망 속에서 처음엔 먹이를 거부하며 자신을 내팽겨 쳤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시 또 어딘가로 가서 먹이를 구해다 입에 넣어주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를 떠나지 않고 지켜주는 동료 도마뱀을 보면서 생의 의지를 다시 일으켰을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함께 한 3년의 세월 지나고 그 도마뱀은 자신을 못 박았던 사람들에 의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저런 친구가 있는 도마뱀이 참으로 부럽지 않습니까? 내가 사는 동안 넘어져 일어설 수 없을 때 무릎 꿇고 다시 나를 일으켜 줄 저 도마뱀과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친구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내가 그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어야 되겠지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고 읊은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내가 먼저 상대에게 아름다운 빛이 되어주고 향기를 뿜어 주는 꽃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자 자비(慈悲)의 종교입니다. 자비의 실천을 강조합니다. 자비라고 할 때 자(慈)의 원어는 산스크리트어 '마이뜨리'(maitri)이고, 이 말은 친구라는 의미의 '미뜨라'(mitra)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모든 중생에 대하여 최고의 우정을 가지는 것이 바로 '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심인당에서 마음을 깨닫고 자비를 실천하기 위하여 정진하고 있습니다. 늘 잘 나오시는 보살님이 보이지 않을 때 관심을 가지고 안부를 물어보거나 옆자리의 보살님이 오늘은 혹시 얼굴에 어두운 기색은 없는지, 내가 평소에 늘 자비한 마음으로 도반을 대하고 있는지, 우리 심인당의 모든 보살님, 각자님에게 고행의 길을 함께 가는 법우로서 진정 의지가 되어주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부부간에도,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들 가족끼리도 서로가 심인당과 진리를 항상 가까이 할 수 있는 법우가 되고 선우가 되어야겠습니다. 회당대종사님은 '실행론' 말씀에서 "관행자는 심인전당 가까이해 사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니라. 심인전당 가까우면 선우 절로 친근하고 심인전당 멀리하면 외도 절로 친근하며 자성불공 궐 없으면 선우 절로 친근하고 자성불공 궐 하는데 악우 절로 친근한다"라고 설하셨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살이! 사심 없이 서로를 일깨워주면서 각자 하는 일에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사는 것이 행복할 수 있도록 법으로 도와주고 맺어진 좋은 벗이 됩시다. 감사합니다.

대원 정사·선혜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