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 진각종 2

편집부   
입력 : 2013-09-16  | 수정 :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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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경론과 진각교전) "육자진언염송 기원·교리체계 근원"


1. 진각종의 소의경론

진각종의 소의경론인 '대승장엄보왕경', '대일경', '금강정경', '보리심론'은 육자진언염송의 기원과 밀교적 교리체계의 근원을 밝혀주는 전거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소의경론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대승기신론'과 육자진언관련 경전들도 교판확립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서 육자진언의 기원을 밝힌 것은 '대승장엄보왕경'이고, 밀교적 교리체계의 근간을 제공하는 것은 '대일경'과 '금강정경'이며, 보리심의 체득방법을 제시한 것은 '보리심론'이다.

먼저 '대승장엄보왕경'은 10세기말에 번역된 한역과 9세기경에 번역된 티베트역이 현재 전해지고 있다. 번역 연대로 보면 티베트역이 한역보다 1세기 가량 앞서 있기 때문에 육자진언신앙의 선후관계는 티베트에서 먼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승장엄보왕경'이 진각종의 소의경전으로 채택된 것은 본존인 육자대명왕진언의 기원을 밝혀 주는 최초의 경전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각교전'에 설해져 있는 육자진언과 밀교의 관계, 그리고 육자진언염송의 공덕에 대한 기술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진각종의 교판확립에서 밀교적 교리의 근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대일경'이며, 그것을 체계화하는 데에는 '대승기신론'의 교리가 채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대일경'에서 제공한 육대사만삼밀의 교리는 '대승기신론'의 체상용의 교리를 통해서 체계화되었던 것이다. 이 교리는 '진각교전' 참회편 "육대사만삼밀 우주본체인 지수화풍공식 육대를 체로 하고, 대만다라 삼매야만다라 법만다라 갈마만다라 사만을 상으로 하고 신어의 삼밀을 용으로 하여…"를 비롯하여 교리편의 "육대무애상유가", "네 가지 만다라가 각각 떠나지 아니함", "삼밀가지속질현", "삼밀은 전인적인 수행" 등에 수용되어 있다. 그 중에서 앞에서 열거한 교리편의 내용들은 '대일경'의 주석서인 '대일경소'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외에도 '진각교전' 응용편의 진호국가불사는 근본적으로 '대일경'의 호마기도법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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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금강정경' 즉 '금강정일체여래진실섭대승현증대교왕경'은 '금강정경' 초회의 일부인 금강계품에 해당하며, '진각교전'과 해인에 표현된 '금강정유가삼십칠존예'의 전거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금강계삼십칠존의 예참문으로, 불사시간과 여러 종류의 의식에서 활용되고 있다.

끝으로 '보리심론'은 한역만이 전해지고 있으며 발심의 형태를 행원, 승의, 삼마지의 세 단계로 나누어 보리심의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문답을 통해서 순차적으로 성문과 연각, 보살의 수행과 밀교의 삼마지법문에 대해서 밝히고 있다. 이 논은 '열반경', '무량수관경', '화엄경' 등 일반 불교경전을 전거로 하여 보리심의 실체를 정의하고, '대일경'과 '금강정경' 같은 밀교경전에서 설하는 삼밀, 아자관, 월륜관, 오상성신관 등의 전거를 통해서 보리심의 구체적 체득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논은 현교와 밀교를 종합한 논으로써 진각종의 교판에서 불교와 밀교의 역할을 규정짓게 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앞의 경론들은 육자진언염송으로부터 육대사만삼밀의 교리와 네 가지 기도법, 그리고 금강계삼십칠존 예참과 보리심의 체득법을 제시하면서 진각종의 교판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2. 밀교적 교판의 확립

밀교적 교판의 확립은 '진각교전'의 교설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진각교전'을 보면 밀교적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으며, 내용적으로도 밀교적인 기술들이 다수 발견된다. 먼저 불교의 종류를 크게 밀교와 현교의 둘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현교 즉 일반불교는 석가모니불, 밀교는 법신 비로자나불을 교주로 한다고 설한다. 이것은 '대일경'이나 '금강정경'의 교주와 그 이전에 등장한 석가모니를 교주로 한 경전을 기준으로 분류하였을 때 성립된다. 여기서 지칭하고 있는 법신불은 신이 아니며 이치로 존재하는 이불이고, 화신은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서 삼세에 화신으로 화현한 불이라고 설한다. 그런데 우리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법신불의 성격이다. 자칫 잘못하면 '화엄경'에서 설하는 법신 비로자나불과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즉 '대일경'과 '금강정경'에서 설하는 비로자나불은 활동하는 불이다. 이치로써 뿐만이 아니라 현상계에서도 활동하는 존재이다. 그 활동영역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인간계는 물론 모든 우주에까지 미친다. 이것을 경전에서는 지수화풍공식의 육대를 가지고 설명한다. 육대로 이루어진 우주만물은 비로자나불의 형색이요, 그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밀교적 우주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우주관은 곧바로 수행과 실지성취방법으로까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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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서 교리적인 측면에서 현교와 밀교를 분류하여 다음과 같이 설한다. 현교는 미래중심의 유심적인 불교로써 심본색말을 주장하는 사후불교이고, 밀교는 현세중심의 현실적 실천불교로써 색심불이의 생활불교이다. 이와 같은 견해는 앞에서 언급한 육대설이나 우주를 법신 비로자나불의 당체로 보는 데에서 성립된다. 즉 내면세계와 현상세계는 둘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흔히 주객이나 표리를 구분하려고 하는 입장에서 보면 존재하는 것은 이원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존재에 양면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존재양상이 다를 뿐이다.

'진각교전'에서 설하는 "심본색말과 색심불이"는 현밀의 특징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심본색말은 실상의 모든 이치를 미묘한 것으로 간주하여 근본으로 삼으며, 색상현실의 모든 일을 허망한 것으로 보고, 한가지 이치에 따라서 모든 일이 일어난다는 일원진리를 말한다. 한편 색심불이는 색상현실의 모든 일이 곧 진리이며 실상으로써 물과 심이 평등하며, 일체세간의 모든 현상이 그대로 불법과 일치한다고 체득하는 이원적 논리를 말한다. 따라서 현교와 밀교는 중생을 제도하는 방법과 교리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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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일범 교수/진각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