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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로부터의 자유

편집부   
입력 : 2013-09-02  | 수정 :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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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존경하는 분의 추천도서로 이번 여름 방학 내내 '에고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을 읽었다. '삶이 더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표지의 글을 읽고 선뜻 구입을 했다. 그러나 3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쉽지만은 않은 내용이 담겨져 있어, 이 더운 여름을 '에고'와 씨름하면서 더위를 날려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고(ego)는 라틴어로 '나'란 뜻이고 '자아(自我)'로 번역한다. 그런데 파생어인 '에고이즘'이나 '에고이스트'로 가게 되면 이기적인,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혹자는 에고를 이렇게도 비유한다. 예를 들어 하나도 치장 없는 '벌거벗은 나'를 '진정한 나'라고 하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바로 '에고'라는 것이다. 이 에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하고, 인정받고자 하고,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고, 높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고, 남들로부터 부러워하는 대상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에고는 어린 시절 부모와 가족을 통해서 형성되어 5세가 되기 전에 이미 인간은 특별해지고자 하는 에고의 욕구를 상당 부분 발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작고 연약한 에고는 특정한 행동을 하면 관심을 받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하나씩 알아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교부리기, 거짓말하기, 배신하기, 아닌 척하기, 부정하기, 떼쓰기, 공상하기 등을 재빨리 익혀, 우리의 작은 에고는 가장 귀여운 아이, 가장 뛰어난 아이, 가장 남다른 아이, 가장 고약한 아이 등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쉽게 에고가 이해 될 것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본다거나, 아니면, 자녀들이 커 가는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에고가 무엇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다양한 에고를 여러 개의 구슬로 된 '예쁜 팔찌'에 비유하고 '정체성의 구슬'이라고 부른다. 각각의 예쁜 에고 구슬은 그 구슬 하나 하나마다 이야기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자신', 바로 '나'인양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로 착각할 수 있는 정체성의 예쁜 구슬은 다양하다. 이러한 구슬은 우리가 하나씩 손에 넣은 방식으로 우리는 자아를 점점 확장해 간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가, 인종, 종족, 배우자와 인간관계, 인맥, 교육, 직업이나 사업, 경제 상황, 신체적 외모나 건강, 나이, 성별, 성공과 실패, 가치관, 사상 등이 이 팔찌를 장식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 하나 하나에는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지를 말해준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이 예쁜 팔찌를 차고 다니면서 이 에고 덩어리들을 '나 자신'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이름하여  팔찌 이론 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진정한 행복,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 그리고 진리로는 결코 데려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에고의 팔찌 밑에 있는 '진정한 나'는 항상 진리를 추구하고 사랑을 추구하지만, 에고는 집착과 망상을 추구한다는 한다. 무언가에 흥분하고, 집착하고, 갈망하고, 세상을 자신의 통제권 안에 두어야만 안정을 느끼고,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으면 에고는 불안해한다고 한다.

에고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삶이 조금 더 가벼워지려면, 에고가 만들어낸 '예쁜 정체성의 팔찌'를 풀어버리고 본질적인 '나'를 들여다보겠다는 자발적인 의지가 중요하다고 작가는 주장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에고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한다며,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이 차고 있는 '예쁜 팔찌'의 내면을 탐구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정희 교수 / 위덕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