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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와 카르마

편집부   
입력 : 2013-07-16  | 수정 : 201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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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교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이다. 물론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친정엄마의 영향으로 엄마 따라 절에 다니면서 자연히 내 종교는 불교다라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출가를 했다. 그 때의 충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불교의 어떤 면이 그 친구를 사로잡았을까 하는 마음에 대학교 동아리인 불교학생회를 자진해서 찾아간 그 날부터 불교와의 깊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삼배를 배우면서, 제일 먼저 절을 할 때는 '업장소멸'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하라는 말이 강하게 오랫동안 가슴에 깊이 새겨져버렸다. 그래서 나의 20대는 '업장소멸'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업'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업(業)이 산스크리트어 '카르마'(karma)의 번역이라는 것쯤은 새삼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카르마는 산스크리트어로 행위, 행동, 액션 등의 의미로, 인간의 여러 행동들은 각각의 카르마에 의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전생의 업'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깨가 아픈 원인을 추궁해 봤더니 전생에 칼로 어깨를 베인 적이 있었다든가 하는 식이다. 얼른 듣기에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왠지 앞뒤가 맞는 듯한 이야기인 것 같아 귀가 솔깃해진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이 카르마를 우리 몸의 유전자로 풀어볼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유전자는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징 및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손자, 손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통과하여 전해지는 물질이다. 우리의 모든 것은 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본인의 얼굴 생김새나 성격 등의 특징은 부모님의 몸 속에 있는 유전자의 정보가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유전자의 특징 중의 특징은 책 '이기적 유전자'에 의하면, 한층 더 오래 살아남는 쪽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는 아주 이기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고 것이다.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 그리고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이기적 유전자를 경험의, 기억의 총체로 보고 싶다. 가깝게는 부모님, 그리고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선조들의 체험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유전자가 내 몸 속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 유전자는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튀는 행동은 내 선조들 중 누군가의 경험에 의한 발로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 선조는 아마 지금의 나와 가장 유사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을 '전생의 업'이라고 말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유전자와 카르마의 관계를 잘 연구하면 '전생의 업'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정희(위덕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