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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답이 있다

편집부   
입력 : 2013-05-30  | 수정 : 201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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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삶에 대한 문제의 답을 얻기 위해 무작정 길을 떠나 히말라야산을 찾았다. 짐은 셀파에게 맡기고 맨몸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이 들었다. 오르다 지친 몸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어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짐을 메고 가던 15살쯤 되는 어린 셀파가 다가와 들꽃을 꺾어 그에게 내밀었다. 남루한 옷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짐을 한가득 멘 아이는 입가에 해 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 꽃 한 송이와 미소는 그에게 충분한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그 순간 자신은 맨 몸에, 옷은 좋은 등산복에, 신발은 비싼 등산화를 신고, 갖출 것은 다 갖추고서도 힘들어하는 자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이 일상 속에 수많은 것들을 갖추고 살면서도 만족보다는 근심과 걱정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깨닫게 된 것이다. 몸은 힘들었지만 한국에서 히말라야까지 온 것에 대한 가치는 충분했다. 어린 소년의 행동으로 작지만 큰 깨달음을 얻은 그는 힘을 내어 다시 일어나서는 히말라야를 무사히 다녀왔다고 한다. 그는 산을 찾아갔지만 웅장하고 아름다운 설산에서 답을 얻은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작고 왜소한 소년에게서 답을 찾은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이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들을 이미 갖추고 있으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마음의 무게로 인해 고통 받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공허함, 외로움, 우울함, 쓸쓸함, 때로는 눈물 등등으로 괴로울 때 항상 나를 위로해주는 그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작 내가 힘들 때는 주위에 내 손을 잡아 주는 인연들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의 몸으로 오시어 보리수 아래에서 끝없이 일어나는 번민의 문제들을 스스로 물으시고, 그 해답을 찾아 인간답게 사는 길을 가르쳐 주셨다. 인연과의 법칙으로써 인간의 괴로움 그 원인을 찾았고, 그 괴로움의 원인은 끝없는 갈애와 불타는 탐욕, 삼독무명 이었다. 결국 모든 원인과 결과는 내가 만들어 놓았고 또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해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굳이 먼 길을 떠나지 않아도 답을 구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싶다.

우리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문제를 보는 시각을 바꿔보라는 말이 있다. 문제를 만드는 것도 자신이고 해결하는 것도 자신이다. 걱정하고 고민만 한다고 풀려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걱정부터 하는 것은 자연스런 감정이 아니라 우리들의 나쁜 습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내게 생긴 문제들이 골칫거리가 아니라 그 원인과 해결점을 찾기 위해 정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진각교전'에 "삼업정화 하는곳에 삼밀행이 있음이니"라는 말씀이 있다. 무시광대 겁으로부터 몸과 입과 마음으로 악업을 지었다면 복을 받겠는가? 화를 받겠는가? 진각성존께서 "작은 악은 현세에서 벌 없다고 무시하며 삼밀행자 아닌 이는 무의식 중 짓게 되고 매일매일 지어 모아 점점 죄가 크게 되어 나중에는 한꺼번에 큰 고통을 받게 되며 깨쳐 참회 않는 자는 미래제에 이를수록 죄가 점점 지중하여 삼도고에 떨어진다"(실행론3-12-1)라고 하셨다. 삼밀로써 삼업을 해탈하는 길이니 그것은 정진의 길이며 인과를 깨쳐 참회하는 길이며 육행을 실천하는 길이다. 또 진각성존께서는 "심인당은 내 마음을 알고 고치고 바루는 곳이다"(실행론5-2-1)라는 말씀 속에 진언행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지금 우리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얼마나 당당할 수 있겠는가?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앞으로의 시간을 그렇게 실천하기를 서원한다.

증혜 정사·실행론심화연구모임 연구위원·낙산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