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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602호)

편집부   
입력 : 2013-05-15  | 수정 : 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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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는 국민문화축제다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연등회가 전국적으로 봉행됐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되고 1년 만에 맞이한 두 번째 행사다.

연등회는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의 연등회에 연원이 닿아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영취산에 계실 때 난타라는 인도의 여인이 지극한 서원과 정성으로 밝힌 등공양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신라시대에는 경문왕과 진성여왕이 황룡사에 행차해 연등을 보았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 보이는 것처럼 '간등(看燈)'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호기놀이와 관등놀이로 발전, 계승되면서 민족 고유의 문화이자 축제의 장을 만들어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1955년 조계사 부근에서 제등행렬을 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여의도광장과 동대문운동장을 출발점으로 조계사에 이르는 구간에서 제등행렬을 펼쳤다. 봉축법회니, 연등법회니, 제등행렬이니, 연등행렬이니 다양하게 불리던 명칭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연등회로 통일되고 어울림마당(연등법회), 연등행렬, 회향한마당, 전통등전시회, 불교문화마당 등으로 세부행사가 정립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연등회는 이제 국민의 문화축제로, 누구나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마당으로까지 승화되고 있다. 불교행사라는 범주를 벗어나 국민축제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불자들로서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연등회의 백미라 할 연등행렬에서 선보이는 장엄등의 화려함은 눈길을 사로잡는 명품이 됐다. 역동성을 가미한 아름다움과 주제의식을 살린 작품성으로까지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적인 미를 가미한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창작등은 예술작품으로도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연등행렬 도중에 나눠주는 연등을 도로변에서 구경하던 인파들이 거리낌 없이 받아들고 좋아한다는 데서 확인된다. 성공적인 템플스테이 효과 등으로 인해 해마다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들의 반짝이는 눈빛에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현대에 제대로 보존하고, 후대에 잘 물려주어야 하는 책무와 사명감이 주어졌다. 부처님오신날봉축위원회와 연등회보존위원회를 주축으로 불자는 물론 모든 국민들이 민족문화를 선양하고 지키는 차원에서 제대로 전승해야할 유산이 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 행사를 준비하면서 연등회보존위원회가 인천국제공항 청사 내에 전통등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고 보여주기 위해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 국보 제112호인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전통한지로 제작해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수 차례에 걸친 협조공문과 방문요청까지 했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를 거부했다. 이유는 공항운영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고, 특정종교시설물이며 타종교와의 형평성, 내부규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전통등은 연등회를 가능하게 한 핵심 구성체이자 주요 상징물이다. 연등회가 울타리라면 연등을 포함한 일체의 전통등은 울타리 속에 존재하는 주인인 셈이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의 이러한 핵심을 특정종교시설물로 규정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1300여 년 전통의 연등회 전통등 설치를 거부한 것은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기회를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자 전통문화와 불교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부처님의 팔정도사상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공직자들부터 모든 사안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며 바르게 판단함으로써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보여진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으며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을'이라는 봉축표어가 무색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