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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의 법칙

편집부   
입력 : 2013-04-16  | 수정 : 201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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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나무의 줄기와 가지와 잎과 같다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내 마음, 내면의 세계는 나무의 뿌리와 같습니다.

불교에서 수행을 한다는 것은 내 마음을 성숙하게 만드는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몸은 적게는 60조에서 많게는 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우리 몸은 평균 8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것보다 10배가 더 많은 800조 개의 세균이 우리 몸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몸은 평균 880조 개의 세포와 각종 세균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이 880조 개의 중생이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고 다스려 나가는 임금과 같습니다.

그래서 교화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내 몸 안에 있는 880조 개의 중생을 교화해서 하나 하나가 좋은 성품을 지닐 수 있도록 성숙하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내 몸 바깥에 있는 중생을 제도하여 그들의 마음을 성숙시키는 것입니다.

가끔 후배 전수, 정사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교화가 어렵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만, 너무 염려하거나 조급하게 굴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몸 안에 있는 중생만 교화해도 880조의 중생을 제도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교화는 안으로부터 바깥으로 하는 것입니다. 내 몸 안에 있는 880조의 중생을 먼저 제도하고 바깥에 있는 중생을 제도하여야 한다는 말이지요. 우리 몸 안에 있는 중생만 교화해도 880조의 어마어마한 중생이 제도가 되는데 무엇을 걱정하시는지요? 몸 바깥에 있는 중생은 내 몸 안의 중생을 교화하고 난 뒤에 하여도 늦지 않습니다.

뿌리가 튼튼하고 잘 자라게 되면 나무의 줄기와 가지와 잎도 잘 자라게 되듯이 종교의 생활은 내 내면의 생활을 튼실하게 해주고, 성숙된 내면의 세계는 내 의식과 말과 행동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주어 내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나무의 뿌리가 줄기와 가지와 잎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서 탐스럽게 먹음직한 열매가 열리는 것과 같습니다. 나무에 열리는 열매는 나무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에게도 영양을 공급하여 그들이 살찌고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여 주듯이 정신적으로 윤택한 나의 삶은 다른 사람의 삶도 윤택하게 하여 줄 수 있습니다.

옛날 어느 산중에 성질이 고약한 호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다른 산짐승들을 못살게 굴고 괴롭혔습니다. 산짐승들이 견디다 못해 옆 산에 살고 있는 지혜로운 늙은 여우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여우는 산짐승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 가지 꾀를 내었습니다.

여우는 다음날 호랑이를 찾아가서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호랑이님! 호랑이님 큰일났어요."
호랑이가 점잔을 떨며 말했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을 떠느냐? 천천히 말해 보거라."
"제가 앞산에 놀러 갔다가 거기서 무서운 괴물을 만났습니다. 무시무시하게 큰 괴물인데 그 크기가 호랑이님의 열 배나 되고 이빨은 호랑이님 앞다리만 합니다. 그런데 그 괴물이 배가 고픈데 호랑이 고기가 먹고 싶으니 호랑이가 있는 곳을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모른다고 하니까 호랑이가 있는 곳을 찾아서 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호랑이님, 어서 도망을 치시지요."
호랑이는 겁이 났지만 한 편으로 그런 괴물이 어디 있겠느냐고 다그쳤습니다.
"이 놈! 어디서 그런 거짓말을 치느냐, 내 당장 너를 잡아먹겠다."
"제 말이 믿어지지 않거든 앞산을 보고 소리를 쳐보십시오. 그럼 괴물이 대답할 것입니다."호랑이는 앞산을 보고 소리를 쳤습니다.
"네 이 놈! 내가 너를 잡아먹겠다."
앞산에서도 소리가 났습니다.
"네 이 놈! 내가 너를 잡아먹겠다."
호랑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앞산에 정말 괴물이 있는 모양이다. 나를 잡아먹겠다고 하다니!"
여우가 얼른 거들었습니다.
"호랑이님 얼른 도망치세요. 안 그러면 괴물에게 잡아먹힐 것입니다."
호랑이는 고맙다고 여우에게 인사를 하고는 얼른 도망을 쳤습니다.
호랑이가 도망을 가고 소문이 온 산에 퍼졌습니다.
그 산에 살고 있는 어떤 아기 사슴이 그 소문을 듣고 엄마사슴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엄마! 저 앞산에 괴물이 산데요. 호랑이도 잡아 먹힐까봐 도망을 갔데요. 우리도 잡아먹히면 어쩌지요?"
엄마 사슴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아니다, 아가야 저 산에는 우리의 친구가 살고 있단다. 절대로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야, 내 말이 믿어지지 않거든 저 산을 보고 외쳐보렴."
"어떻게요?"
"친구야! 하고 외쳐보렴."
아기사슴이 외쳤습니다.
"친구야∼"
앞산에서 말했습니다.
"친구야∼"
아기사슴이 말했습니다.
"엄마, 앞산에 있는 괴물이 나보고 친구라고 했어요."
엄마사슴이 말했습니다.
"괴물이 아니라 친구라니까, 사이좋게 지내자고 해보렴."
아기사슴이 소리쳤습니다.
"사이좋게 지내자∼"
앞산에 있는 친구가 말했습니다.
"사이좋게 지내자∼"

염송은 내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정화필터입니다. 염송으로 정화된 이 마음은 온 우주 법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내가 아름다운 마음으로 산을 보고 염송하면 산이 제도되어 산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내가 기쁜 마음으로 들을 보고 염송하면 들이 제도되어 기뻐하는 것이 나에게 보입니다.
세상은 내 마음은 그림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제도는 나의 내면의 세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혜언 정사/실행론심화연구모임 연구위원/보광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