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죽비소리

아름다운 시작, 참회(懺悔)의 길

편집부   
입력 : 2013-04-02  | 수정 : 2013-04-02
+ -

계사년 4월의 세상은 온통 생명들로 넘쳐나고 푸르름의 향기는 허공 중에 가득하다.

산과 들에는 가지마다 여린 잎이 돋아나고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봉오리 지며 만발하여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마당 한편(one side)에 있는 연(蓮)화분에는 지난 겨울을 용감하게(?) 견디고 살아나서 물 속으로부터 줄기를 뻗고 자라난 연잎들이 물 밖으로 하나 둘 머리를 내밀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하얀 목련이 가지마다 함빡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둥둥 떠 흘러가는 하얀 구름마저 꽃이 되어 있는 계절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봄볕이 어른거리고 꿈틀대는 생명들의 환희는 천지간에 온전히 새로운 삶의 시작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있는 것이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는 줄은 알아도 선악에 화복이 오는 줄은 잘 모른다. 지혜는 현실에 기울어진 것을 진리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실행론' 제육절 진리와 현실Ⅱ-7-6)

진각성존 회당 대종사의 말씀에 꽃피고 새우는 봄이 오고 지나게 되면 그 다음은 으레 무덥고 무성한 여름이 오는 줄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라 하였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일반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착한 선(善)을 행하여 그 과보로 복을 받게 되고 모진 악(惡)을 행한 뒤에 그 인연지음으로 고통의 화를 스스로 받게 되는 것은 잘 모른다.

세상의 이치를 모르고 당황하기 때문에 억울해하기도 하고 상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경우가 항다반사(恒茶飯事)인 것이다. 그것은 인 지어서 과 받는 우주의 원리를 무시하거나 무지한 까닭에 그런 것이다. 아무리 괴로운 고통이라도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뎌야만 하는 세계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사바세계이다.

그렇더라도 오히려 진리에 수순하여 참고 견디는 공부가 성숙해지면 마음으로 깨달아지고 사물의 근본에 반드시 진리가 있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든지 이러한 이치를 모르고 덮어두게 되면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으나 속에서는 눈덩이처럼 커지거나 곪고 썩어서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러한 지경에 이르고 보면 드러나더라도 이미 늦어져서 다시금 시작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후회하기 전에 잘못을 깨닫고 아름다운 시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은 참회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참회는 삶의 길을 열어 앞으로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진리의 실천이다. 우리들 모두가 바라는 행복이라는 자리는 평화와 안락을 이루는 자리이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평화와 안락을 바라고 그러한 환경과 삶을 이루어 가는데는 먼저 욕심을 버리고 참회하여 하심 하는 생활을 끊임없이 이어가는데 있다.

어느 현자(賢者)의 말씀과 같이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오대양 육대주의 이 지구상에는 지금에 현존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리며 살아가기에도 충분히 넓고 많은 자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존자원은 70억 명의 온 인류가 평등하게 나누어 쓰더라도 결코 모자람이 없이 남을 만한 것이지만 소유욕으로 말하자면 단 한 사람의 탐욕 가진 사람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적으로도 영원한 젊음과 영생의 삶을 추구하였던 진시황제의 불로초이야기나 과도한 소유욕으로 후회를 자초한 마이더스(Midas)왕의 황금이야기는 사람의 욕심이 얼마나 무겁고 큰 것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세상살이에 있어서 성취나 행복은 욕심을 채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심을 다스리고 비우며 희생과 봉사의 큰 자비를 실천하는데 있는 것이다. 인류평화와 안락의 첫 단계는 소유욕에 대한 절제와 이타의 배려에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의 하는 일은 매사가 마음먹기를 어떻게 가지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또한 마음은 자비와 지혜로 가득 채워져 있어야 하며 항상 본분을 생각하고 참회와 서원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은 참회기간이고, 희생적인 정신이 불법정신(佛法精神)이다"('실행론' 제9절 교화법문 5-3-9)라고 하신 것처럼 시비와 아집으로 현실의 욕심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항상 진리의 세계를 이해하며 넓고 큰 마음도량을 가지고 희생과 봉사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떠한 경우라도 능히 참을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고 후회와 원망의 어리석음을 따르지 않고 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나라 안팎이 여야를 경계로 온통 정치이야기와 분위기로 어수선하던 대선정국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기억 속에서 가물거리고 눈앞의 현실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서 그동안 어리석음으로 인연 지어온 모든 허물을 뉘우치고 참회하며 밀엄정토의 불국실현을 위해 나를 버리는데 한 걸음 내딛어본다. 

지정 정사·실행론심화연구모임 연구위원·불승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