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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 대승의 구현자

편집부   
입력 : 2013-04-02  | 수정 : 201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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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체성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다면 재가불교를 표방하는 진각종의 정체성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교리적인 측면과 실천적인 측면으로 한번 생각해 볼까 한다. 먼저 정체성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질'을 말하며, 이것은 우리 진각종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진각종의 존재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 진각종의 종파적 정체성을 교리적으로 설명하는 말은 진각밀교이고, 형태적 또는 실천적으로 보면 재가승단이다. 진각밀교라는 말은 전통밀교종파인 티베트의 금강승밀교, 일본의 진언밀교와는 다른 회당 대종사의 깨달음과 밀교의 교리가 결합되어 형성된 진각종의 독특한 밀교를 표현한 말이다. 또 재가승단은 조계종이나 티베트 황모파 등의 출가보살승단이 아닌 재가적 형태의 보살승단 즉 대승불교종단이라는 뜻이다. 일부 종단 또는 일본의 진언종도 재가보살승단이지만 그들의 모습은 출가보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진각종은 형태와 내용이 완전한 재가보살의 모습인 것이다.

원래 대승불교는 대승정신으로 출가주의 불교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던 재가보살불교라는 의미가 강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재가보살과 출가보살이 공존하는 형태로 존속되어왔다. 이 같은 대승불교 재가보살의 전통은 계속되었으며, 이를 계승하고 선양한 것이 밀교이다. 밀교의 선구적 경전인 '대일경 구연품'에 "선남자 선여인도 왕삼매에 들어가면 초발심 및 성불복덕 모든 것을 얻게 된다. (중략) 이 선남자 선여인이 주해있는 방소에는 곧 부처가 있음이니 불사 지을 것이니라"(진각교전 64쪽)라고 하여 재가보살인 선남자 선여인이 밀교의 삼밀수행을 통하여 즉신성불의 경지를 개척하였음을 자신 있게 선언하고 있다. 밀교가 대승불교의 교리 위에 빠른 성불의 성취법인 범불일여(凡佛一如)의 밀교수행법인 삼밀수행을 통하여 즉신성불의 경지를 제시한 대승보살불교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밀교를 이해하자면 먼저 대승의 교학과 그 실천인 보살행을 이해해야 한다. 회당 대종사께서 종문을 열어 대승종단을 표방하시고, 이어서 밀교종단임을 표방한 것은 대승종단으로서 처음에는 일반대승의 교학을 근본으로 하셨다가, 육자진언교학이 체계화되면서 밀교의 교학을 근본으로 하는 밀교종단으로 선포를 하신 것이다. 밀교종단이라 해서 대승종단이 아닌 것이 아니다. 대승종단이며, 그 중에서 밀교종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참고적으로 조계종은 대승종단으로 선종이며, 출가보살승단이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승종단이면서 밀교종이며, 재가보살승단이 바로 우리 진각종의 정체성인 것이다.

대승불교 재가보살의 대표 모델인 '유마경'의 유마거사를 보면 "비야리성 가운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유마힐이다. 일찍이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서 깊은 선의 뿌리를 심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서 말재주가 걸림이 없었고, 신통에 유희하여서 모든 총지(摠持)를 이루었으며, 무소외(無所畏)를 얻어서 마군의 번뇌와 원적을 항복받았고, 깊은 법문에 들어가서 지혜로 제도함을 잘하며 방편에 통달하였다. (중략) 사람을 제도하려고 하기 때문에 훌륭한 방편으로 비야리성에 살면서 재산 장만하기를 한량없이 많이 함으로써 모든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 구제하고, 계율가지기를 청정히 함으로써 모든 파계한 사람을 이끌어주고, 참고 조복하는 행위로써 모든 성 잘 내는 사람들을 포섭하고, 큰 정진으로써 모든 게으른 자들을 일깨워주고, 한 마음으로 선정에 듬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게 하여 주며, 결정된 지혜로써 모든 사람들의 무지(無智)를 타파하여 준다.

비록 백의(白衣·세속의복)로 있지만 사문의 청정한 계율의 행을 받들어 가지며, 비록 세속 사람이 사는 집에 살지만 삼계를 탐착하지 아니한다. 비록 아내와 아들딸들이 있지만 항상 범행(梵行·부처님과 같은 거룩한 행위)을 닦아 행하며, 비록 권속들이 있음을 나타내지만 그러나 항상 거기에서 멀리 벗어남을 좋아한다."(유마경 방편품)

종조님께서 보여주셨던 모습과 유마거사의 모습이 닮아있지 않는가? 이 시대 진정한 대승의 재가보살불교를 지향하는 밀교종단 진각종의 정체성을 이해할 때 진각의 한 울타리에 인연된 우리 모두의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법경 정사·시복심인당 주교